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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기슭에서 만나는 가장 흔한 식물 가운데 하나가 ‘칡’이다. 흔하다기보다 지배적이다. 한 해에 물경 18미터를 뻗으니 볕이 트이고 잡목이 우거진 경사나 길가, 구릉지라면 어디서나 천막을 치는 싸움터의 병영 같다. 지하 십 수 미터까지 말을 달리는 우악스러운 심근성(深根性: 뿌리가 깊게 뻗는 성질)에, 질긴 근육질의 만경(蔓莖: 목본성
김진수의 들꽃에세이
전남타임스
2013.09.0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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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가리』의 속명 Metaplexis는 ‘Meta(변화 또는 나중)‘와 'plexis(짜다 또는 엮다)’의 합성어로 이루어져 있다. 자라면서 덩굴이 서로 엮이어 변화해 가는 박주가리의 생태를 잘 표현하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남녀가 교접하듯 서로 엉키어 「교등(交藤)」이라고 불렀다. 7~8월에 피는 꽃은 종모양이며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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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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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정자의 지붕을 개보수한다기에 한달음에 달려가 한 수레를 걷어왔다. 낡은 기왓장은 분화용은 물론 정원을 가꿀 때 아심찮은 데를 치장해주고 경사진 곳의 물 내림용으로도 한 몫 한다. 장독대를 높여 납작한 돌덩이로 담을 두르고 그 위에 눕히는 암키와와 덮는 수키와를 번갈아 얹어놓으니 제법 고졸하다. 내친김에 바위솔이라도 절로 나면 좋겠다 중얼거렸더니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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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0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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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 Astilbe rubra Hook.f. & Thomson var. rubrau쌍떡잎식물강 장미목 범의귀과 노루오줌속의 여러해살이풀 식물에 이름을 달 때 맨 처음 발견한 사람의 성씨나 이름을 붙이는 것은 꽃으로선 차마 실망이다. 호랑이든 곰이든 사슴이든 싸구려 개나 닭일지언정 대명사격이 붙어도 붙어야지‘사람’이라는 생물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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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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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 Epimedium koreanum Nakai쌍떡잎식물강 미나리아재비목 매자나무과 삼지구엽초속의 여러해살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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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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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장일남 작곡의 가곡 ‘비목’을 부를 때면 필자는 늘‘비목나무’를 연상했다. 보지도 알지도 못하는 어떤 나무를 떠올리며 문득 가을처럼 시큰거리기도 하였는데, 으악새는 새가 아니듯 ‘비목’도 단지 목비(木碑)일뿐 『비목나무』는 아니었다. 예의 ‘비목’의 노랫말은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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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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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白)이란 뿌리가 희다는 뜻이고 선(鮮)이란 그 뿌리의 향기가 생선냄새와 비슷하여 생긴 이름이다. 꽃자루와 포에는 선점(蜜腺)이 있는데 가연성의 강한 방향물질이 방출되므로 'gas plant' 라는 영어이름을 얻었다. 양고기 냄새라고도 하고(白羊鮮), 썩은 빨래비누냄새라고도 하는데 박하나 상산, 초피나무처럼 향이 강할지언정 결코 고약하지는 않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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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8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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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 Dianthus chinensis L. var. chinensis쌍떡잎식물강 석죽목 석죽과 패랭이꽃속의 여러해살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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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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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약초 『쑥』은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쑥쑥 잘도 자란다. 하도 흔하고 뿌리도 깊어서 농부들에겐 귀찮은 존재일지 모르지만 단군신화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삶에 가장 익숙하게 뿌리를 내린 향미로운 음식이며 약초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종인 쑥을 비롯하여 뺑쑥, 제비쑥, 맑은대쑥, 율무쑥 등 약 25종이 분포하는데, 학명과 약명과 속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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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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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 Iris rossii Baker var. rossii & 외떡잎식물강 백합목 붓꽃과 붓꽃속의 여러해살이풀식물 이름 앞에 ‘애기’나 ‘각시’가 붙는 것은 공통적으로 식생의 크기가 ‘작다’는 뜻이다. 다만 ‘애기’가 작고 귀여운 느낌이라면 ‘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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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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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 Lindera obtusiloba Blume var. obtusiloba 쌍떡잎식물강 미나리아재비목 녹나무과 생강나무속의 갈잎작은키나무경칩에 남녘의 바닷가에서 동백꽃 소식이 날아오더니 뜰의 꽃나무들도 도도록이 꽃꼭지를 내밀며 낯을 붉히기 시작한다. 산중이라고 어찌 꽃바람이 없을까. 생강나무는 잎보다 먼저 꽃을 피워 무겁던 산등성이에 봄날개를 달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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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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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들꽃에 빠져 꼭두새벽부터 저물녘까지 산중을 헤매던 시절 홀아비꽃대에 걸친 졸시 한편을 얻었다. 좋은 집 놔두고 먼 시골학교로 내려와 고생하는 선생님들을 우리는 서로 ‘홀애비’라 불렀으니,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외롭고 소박하기 이를 데 없다. 어느 날 아침 후배홀아비가 교내방송으로 급히 날 불러 내려가 보았더니 내 책상에는 홀아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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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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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겨울이 다 풀리지 않은 춘삼월, 몸은 뻐근하고 마음 간지러운 날 산에 올라보면 산도 잠겼던 둔부를 뒤척이며 양지마다 앳된 여드름을 붉히며 손님맞이에 부산하다. 봄눈을 머리에 인 채 꽃눈을 틔우는 저 한계령풀, 현호색, 복수초, 괭이눈, 얼레지, 바람꽃, 노루귀, 처녀치마 같은 뾰두라지들 말이다. 춘풍은 그리하여 사람의 가슴에도 일고 산의 허리에도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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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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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천지간에 하얀 향기를 흩날리는 아주 여리고 사랑스런 꽃나무가 있다. 이름 하여 「조선육도목(朝鮮六道木)」. 개나리와 외양이 비슷한데 흰꽃이 피므로 'White Forsythia(흰개나리)'라고도 부른다. 마치 선녀의 부채처럼 특이하게 생긴 날개열매로 한여름을 나는 토종의 우리나무다. 키 1m가량에 보라색을 띠는 어린 가지는 네모에 가깝고 개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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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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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미래덩굴』은 갈고리 같은 날카로운 가시를 달고 억센 줄기(2m)를 뻗어 산 가장자리를 지키는 덩굴성떨기나무이다. 잎은 크고 둥글며 턱잎(托葉)은 자라면서 덩굴손이 된다. 줄기가 곧지 않고 지그재그로 둔하게 꺾이는데 그 꺾는 자리마다 새 가지를 내고 그 새 가지의 첫 마디마다 꽃을 피운다. 꽃은 5월에 황록색으로 피며, 초록 장과(漿果: 겉껍질은 얇고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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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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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당귀』는 자연에서는 고랭지 물기가 많은 산비탈에서 잘 자란다. 키는 1~2m로, 재배하는 일당귀(일본이 원산지로 왜당귀라고도 함)에 비해 훤칠하며 일당귀나 중국당귀의 꽃들이 모두 하얀데 참당귀만은 짙은 자색으로 그 토종스런 자원식물의 위상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같은 당귀속에는 궁궁이, 참나물, 구릿대, 전호, 바디나물 등이 있는바 이들의 원조 격인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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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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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는 농부들의 허연 머릿결을 닮았다. 민초들의 강인한 삶을 대변하는 듯 지독한 생명력으로 논두렁 밭두렁과 산허리 산기슭들을 살아간다. 어부들이 갈대숲의 물길 사이로 배를 띄운다면 농부들은 억새밭의 언덕 너머로 소를 몬다. 「갈대」를 비롯하여 벼과식물로는 잎이 부드러워 소 먹이로 썼던 습지의 「물억새」나, 식물분류학자 장형두씨를 기념하여 1964년에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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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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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박덩굴』의 학명 Celastrus의 ‘celas’는 늦가을이란 뜻이다. 노박덩굴은 초가을에서 늦가을까지 노란 과피 속 빨간 꼬마전등을 가득 켜고 오색 화려한 가을축제에 동참한다. 열매에 비해 볼품없는 희끗한 꽃들은 5~6월에 잎겨드랑이에서 1~10송이씩 모여 피는데,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거나 한 꽃에 암술과·수술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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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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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손』은 바위 겉에 붙어사는 민꽃식물로 뿌리가 엉켜 굵어진 ‘기둥’ 위로 초록가지가 사방으로 퍼져서 자란다. 잎처럼 보이는 가지는 편평하게 자라는데 표면은 짙은 녹색이고 뒷면은 다소 흰빛이 돈다. 습기가 많을 때는 활짝 펴고 건조할 때는 공처럼 오므리는 생명활동을 반복한다. 부처손이란 한자명인 ‘보처수(補處手)&rsq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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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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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궁이』의 꽃은 흰 양산처럼 생겼으며(겹산형꽃차례), 줄기는 자줏빛으로 미끈하고 속이 대롱처럼 비어있다. 키는 80~150cm이고 열매는 납작한 타원형으로 익는다. 잎사귀는 다른 산형과 식물에 비해 결각이 고르고 부드러운데 비해 뿌리는 반대로 울퉁불퉁하고 괴상스럽다. 전초의 향기가 매혹적이라 ‘향초(香草)’라 부르는데, 잎사귀는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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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2 1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