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나주박물관후원회 “나주의 문화적 자존감 회복 위해”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전시장 전시, 풍화작용 훼손우려 높아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에 전시중인 보물 제364호 나주 서성문 안 석등
‘나주읍성의 안녕과 부귀를 얻고자 불감 1좌를 삼세불에 공양하기 위해 대안 9년 계유년, 곧 1093년 7월에 조성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 건물 밖 동쪽 모퉁이를 돌다가 우연히 마주친 3.2m 높이의 석등. 왠지 낯익은 모습에 안내판을 살펴보니 보물 제364호 나주 서성문 안 석등이다. 하지만 석등에 새겨진 글귀는 날이 갈수록 희미해져 가고 있다.

이 석등은 나주읍성 터 서문 안의 절터에 파손된 채로 뒹굴고 있던 것을 일제가 1929년에 경복궁으로 옮겨 창고에 보관하다 2001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 전시하고 있다. 나주에서 경복궁으로 옮기는 과정에 팔각 화사석과 보주가 파손되어 현재 새로 만들어 끼워놓은 상태다.

석등의 기둥 돌에는 석등을 세운 내력과 이 석등이 1093년(고려 선종 10)에 만들어졌다는 기록과 함께 고려시대 문화의 전성기에 나타난 단아하고 격조 있는 팔각석등의 조형적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는 가치가 인정돼 보물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같은 문화재적 가치와는 달리 박물관의 가장 한적한 모퉁이에 비바람에 노출된 채로 서 있는 모습이 왠지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하다.

지난해 4월 이 곳을 찾은 국립나주박물관후원회(회장 이순옥) 회원들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나주의 대표 문화재라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는 한편으로, 지금까지 천 년의 비바람을 견뎌 온 고귀한 문화재가 앞으로 천 년을 더 지탱할 수 있을 것인지 염려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박물관후원회와 마한문화아카데미 수강생들을 중심으로 나주의 보물을 나주로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국립나주박물관후원회 이순옥 회장은 “나주의 문화재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재들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좀 더 세심한 보존을 위해 이제는 나주로 반환해 와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는 여론을 전했다.

중앙박물관에서 실내로 옮겨 좀 더 세심한 보존과 전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나주로 가져와 국립나주박물관에 전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것.

△나주를 떠난 나주의 보물 ‘서성문 안 석등’을 국립나주박물관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사진은 국립나주박물관후원회와 마한문화아카데미 회원들이 국립중앙박물관 견학 당시>

 

실제로 반남 신촌리 9호고분에서 출토된 국보 제295호 금동관의 경우 1907년도에 발굴돼 조선총독부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 등에 전시되다 2013년 국립나주박물관이 개관하면서 나주를 떠난 지 95년 만에 고향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한 번 지역을 떠나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유출된 문화재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예는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라북도가 전주 경기전의 태조 어진(보물 931호)이 훼손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나면서 복원을 위해 2005년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옮겨졌다가 돌아오지 않자 주민들이 3년 동안 반환운동을 펼친 끝에 결국 경기전으로 돌아온 경우가 있다.

또 국립광주박물관에 있는 중흥산성 쌍사자 석등(국보 제103호)의 경우 광양 중흥산성에 있었으나 일제가 약탈을 목적으로 서울 경복궁으로 옮겨갔다가 1959년 경무대, 1960년 덕수궁, 1972년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 등으로 이사를 다녔다.

그러다가 원래 자리는 아니지만 국립광주박물관이 들어서면서 1990년 옮겨졌다. 하지만 이때도 반환이 아닌 ‘임시이관’이라는 조건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이 가져가겠다고 요구하면 언제든지 줘야 하는 형편이다.

강원도 원주시의 경우 문화원과 상공회의소, 예총 등이 나서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을 상대로 1995년부터 국보와 보물 등 9개에 대해 반환운동을 벌여오다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

지광국사 현묘탑(국보 제101호)과 전흥법사 염거화상탑(국보 제104호)의 경우 국립중앙박물관이 옮기는 데 드는 비용이 적지 않고 돌려 줄 법률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한 것.

국립중앙박물관이 막무가내로 돌려주지 않은 것만은 아니다.

지역출신 문화재를 전시·보유할 권리는 주장하면서도, 정작 문화재를 보존·관리·연구하는 인력이나 시설에 대한 투자는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밖에도 대한민국을 대표할만한 유물이라면 당연히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밑바탕에는 깔려있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의 경우 박물관을 관광거점으로 삼아 성공적인 운영을 하는 경우도 있다.

경북 고령군과 경남 김해시의 경우 지역의 고분을 활용해 고분박물관을 지어 청소년들과 지역민들의 역사의식을 높이는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유서 깊은 도시로서의 자긍심을 드높이고 있다.

△나주지역 문화재 중 보물 등록 현황
현재 보물로 지정된 나주의 문화재는 동문 밖 석당간(보물 49호, 성북동), 북문 밖 삼층석탑(보물50호, 과원동)을 비롯해서 모두 11개에 이른다.<오른쪽 표 참조>

이들 문화재들은 모두 원래 세워져 있던 현지에 보관되고 있으나 서성문 안 석등만은 객지에서 비바람을 맞고 있는 상태.

이에 나주지역에서는 뜻을 같이 하는 시민들과 단체들이 대대적으로 서성문 석등 반환운동을 펼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김양순 기자 jntimes@jn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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