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마을 주민 100여명 기증 3천3백점 옛 금천남초 폐 교실&“명절 때 자식들 찾아와 고향에 대한 추억이라도 느끼고 가기를”에

▲혁신도시 원주민들이 기증한 생활유물과 마을표지석 등이 보관된 옛 금천남초등학교 유치원 건물
빛가람혁신도시 건설을 위해 삶의 현장을 송두리째 내주었던 원주민이 생활유물전시관 건립을 위해 기증한 생활유물 3천3백여 점이 10년 째 창고신세를 지고 있다.

나주시는 빛가람혁신도시 건설로 인해 정든 삶터를 떠나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던 원주민들의 고향에 대한 애환을 살린다는 뜻에서 지난 2007년부터 생활유물을 수집해 왔다.

이를 믿고 혁신도시에 편입된 12개 마을 주민 93명이 쟁기 등 농기구와 마을표지석, 가전제품, 자녀졸업증서, 편지 등 총 3천265점을 기증했다.

하지만 이들 유물들은 현재 원주민 주거시설 내 옛 금천남초등학교 폐 교실에 보관된 채 썩어가고 있는 것.

원주민 주거시설에서 생활하는 주민 김 아무(65·여)씨는 “처음에는 고향을 떠나 나주시내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이웃도 없고, 소일거리도 없이 도저히 살 수 없어서 이곳(원주민 주거시설)으로 들어와 살게 됐다”면서 “우리 사는 것은 괜찮지만 명절 때 자식들이 찾아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고향을 보고 많이 아쉬워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은 “다른 동네서 명절 때 노래자랑도 하고 고향 찾아왔다고 다들 반갑게 만나고 하는데 우리 애들은 맨숭맨숭 지내다 돌아가기 바쁘다”면서 “약속대로 생활유물전시관이라도 들어서면 손주들 손잡고 둘러보기도 하고, 한 번씩 들러서 옛날이야기도 나누고 하면 얼마나 좋겠냐”고 간절함을 나타냈다.

▲혁신도시에 편입된 12개 마을 주민 93명이 기증한 생활유물들이 폐 교실에 10년째 방치되고 있다.

주민들로부터 이같은 뜻을 전해들은 나주시의회 비례대표 이동복 의원은 지난달 25일 제191회 나주시의회 1차 정례회에서 시정질문을 통해 “혁신도시 빛가람전망대에는 원주민의 흔적을 찾아볼만한 것이라고는 사진과 영상, 마을표시물이 고작”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비록 낡고 보잘 것 없는 생활유물이라도 원주민들에게는 소중한 삶의 흔적이며 혁신도시의 역사인 만큼 혁신도시전망대가 혁신도시역사관이 될 수 있도록 주민들의 생활유물과 혁신도시 유치 관련 기록물 등이 함께 전시돼야 한다”고 힘주어 요청했다.

이에 대해 강인규 시장은 답변을 통해 “당초 빛가람전망대가 준공되면 원주민기념관에 전시할 계획이었으나 전시공간부족과 부피가 큰 유물들이 많아 전시할 수 없었다”면서 “이주민들을 기억하는 공간으로 마을지번과 이름 등을 사진과 영상으로 제작해 연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사진과 영상 등 종잇조각으로 기록되는 유물관이 아닌, 실제 부모님의 손때가 묻은 생활유물과 코흘리갯적 추억이 담긴 흔적들이 전시 보존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고 있다.
/ 김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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