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흠
꽉 앙다문 꽃 한 송이
처음으로 보았다
제 속을 감추고 따가운 햇살을 받는다
목구멍 탁탁 막히는 콘크리트 길바닥 열기로
화끈거리기도 할 텐데
묵언수행 중
밀짚모자를 쓴 이마로 연신 땀을 흘러도
꿈쩍도 않고 옹송그린 꽃송이
땡볕이 조금씩 물러서는 어스름 무렵
꽉 닫아 걸어놓은 꽃잎 열어 놓고
엷은 웃음을 띠는 얌전한 꽃은
오늘 밤에도
먼 그림자를 기다리겠다
이슬 가득한 밤 내내
소쩍새 울음에 가슴만 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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