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호남제일의 명촌 “다시 만들자”&정병석 위원장 “초창기 시행착오 씻고 마을주민 함께 옛 명성 부활시켜야죠.”

“마을만들기는 운동인가, 사업인가?”
지난 8월 12일 마을만들기 전국네트워크 회원 50여명이 전남 영암군 군서면 모정마을에서 쉰 세 번째 대화모임을 갖는 자리에서 한 참석자가 던진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가 실시되고, 각 지역단위로 주민이 주체가 되어 공동체를 회복하는 마을 사업들이 진행돼 오고 있는 가운데 과연 이 사업들은 ‘운동(Movement)’의 의미가 될 것인지, ‘사업(Business)’의 의미가 될 것인지 늘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마을공동체 사업은 부처별 목적에 따라 하향식 시설사업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행정자치부(마을기업, 정보화마을, 특성화마을, 희망마을), 농림축산식품부(색깔 있는 마을, 신규마을, 농촌체험휴양마을, 농촌공동체회사 설립), 문화체육관광부(문화도시·문화마을 조성, 관광두레, 문전성시프로젝트), 문화재청(문화재 행복마을 가꾸기), 국토교통부(도시재생,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 환경부(자연생태 우수마을), 해양수산부(어촌6차산업화·바닷속 체험마을 시범사업), 고용노동부(사회적기업), 산림청(산촌생태마을) 등 20여개에 이른다.하지만 주민들의 역량이 미진한 상황에서 경쟁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은 예산이 지원되는 동안에만 ‘반짝’ 성과를 나타냈다가 지원이 끝나면 곧바로 흐지부지 되기 십상이다. 주민 스스로 만들어 가는 마을공동체사업, 네 번째 마을만들기 현장은 나주시 노안면 금안한글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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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금안권역 정병석 위원장이 ‘금안한글마을’이라는 브랜드로 나주를 알리는
새로운 관광아이콘이 될 마을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나주에 가 볼만한 곳 좀 소개시켜 주세요.”

몇 년 전의 일이다. 수원에 사는 한 지인이 고향 무안을 다녀가는 길에 나주에 들르게 됐다며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해 달라 하여 찾아간 마을이 나주시 노안면 금안마을이었다.

조선시대 호남3대 명촌으로 손꼽히던 마을, 한글창제의 주역 신숙주의 생가가 있는 마을이라는 유명세와 함께 전숙 시인의 시 ‘금안동8경’의 현장을 꼭 한 번 돌아보고 싶다는 소원을 겸사겸사 풀고 싶었던 이유였다.

하지만 마을에 도착하고 얼마 되지 않아 부푼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어 갔다. 호남3대 명촌, 신숙주 생가로 유명세를 이어 오던 금안마을은 실상은 ‘신숙주’없는 ‘한글마을’을 추진하고 있어 ‘속 빈 강정’이라는 아쉬
움을 안겨주었던 것.

이런 가운데 나주시는 지난 2011년부터 호남3대명촌 부활을 기치로 내걸고 ‘나주 금안권역 단위종합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소요되는 사업비는 총63억원(국비 44억원, 지방비 19억원), 주민들이 별도로 8천5백만원을 부담한다.

그로부터 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금안동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호남3대명촌을 금안한글마을로

나주 금안권역 단위종합정비사업의 핵심테마로 추진되고 있는 금안한글마을사업은 호남3대 명촌가운데 한 곳인 금안마을의 가치를 십분 발휘해 농촌체험형 여가활동의 메카로 활용한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특히, 녹색관광(GreenTourism)의 의미를 살려 도시와 농촌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한 역사문화유적의 보존 및 정비, 농촌지역문화의 창달, 주민 소득증대 등 농촌 지역사회를 활성화시키는 등 한꺼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신숙주 생가를 중심으로 나주시 노안면 금안리와 영평리 일대를 호남제일의 명품마을로 만든다는 금안권역단위종합정비사업은 2011년도에 첫 삽을 떴다.

농업·자연·역사·생활문화가 어우러진 마을

▲농촌관광의 백미 한옥체험관 노안 ‘희락정’

마을주민들은 마을의 경관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매력적인 농업·자연·역사·생활문화가 어우러지는 경관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주민들이 스스로 명품마을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주민들은 이번 사업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갖고 자체 워크숍 등을 통해 마을운영의 노하우를 익혀 나가고 있으며, 사업이 끝난 뒤 어떻게 마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것인지 스스로 머리를 맞대고 밑그림을 완성해 나가고 있는것.

한국농어촌공사 나주지사가 일괄위탁을 받아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역사와 미래가 함께하는 호남제일의 명촌 만들기 금안권역’을 타이틀로 삼고 있다.

특히 한옥행복마을은 농촌주민과 도시민 은퇴자의 농촌정주를 유도하기 위해 품격 있고 살기 좋은 친환경전원마을을 조성한다는 기치로 입주자주도형으로 2009년부터 시행돼 나주시 노안면 금안리 산64번지 일원 32,232㎡ 부지위에 조성됐다.

남으로는 금성산, 동으로는 무등산을 조망하며 찬바람 막아주는 서북쪽 병풍산아래 계단식으로 한옥을 배치했다.

이곳에 한옥민박을 할 수있는 ‘희락정’에서는 시골살이의 쉼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마을의 중심 전통역사문화센터

마을에 들어서면 눈에 들어오는 떡 벌어진 기와집 두 채, 지난해까지 기반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올해 마지막사업으로 한옥예절문화관을 건립하고 있다.

앞으로 주민들이 각종 프로그램과 방문객들을 맞아 진행하게 될 각종 체험행사를 위해 세미나실과 관리동을 갖춘 전통역사문화센터다.

세미나실은 혁신도시 기업과 나주 공공기관을 연계한 세미나를 유치하고 주민들을 위한 한글교실과 건강체조, 사물놀이 염색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쌍계정
또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유서 깊은 마을의 특성을 살려 작은도서관을 꾸려 책 읽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마을을 만들어 간다는 구상이다.

체험장으로 사용하게 될 관리동에서는 다도체험, 공예체험 등의 전문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안팎의 체험객들을 유치할 계획이다.

앞으로 추진하게 될 사업으로 또 하나의 기념비적인 사업이 될 거북바위 복원과 금안홍보 유래비, 마을입구에 세울 조형물 건립사업을 새로 추진한다.

금안권역 단위종합정비사업추진위원회 정병석 위원장은 “시행초기에는 여러 가지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사업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면서 “올해 사업이 마무리되면‘금안한글마을’이라는 브랜드로 나주를 알리는 새로운 관광아이콘이 될 수 있도록 나주시와 지역민들의 성원이 필요하다”고
전하고 있다.

이제는 신숙주 생가 복원이 과제

금안권역 단위종합정비사업은 6년에 걸쳐 막대한 사업비가 소요됐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가 신숙주 생가복원사업이다.

나주시는 초대민선시장인 나인수 시장 때부터 신숙주 생가 복원계 획 을 추진해 왔다.  이후 김대동 시장 때 문중에서 부지를 매입하는 조건으로 신숙주 생가복원 계획을 본격화 해 2009년 노안면 금안리 277번지 일대의 1만여㎡에 생가(165㎡) 복원과 함께 편의시설과 조경 등 조성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생가 복원사업에는 국비와 지방비를 포함한 총 14억5천만 원의 사업비를 투입할 예정이었으며, 전남도에 국고지원 현안사업 신청을 하고 자체 부지 매입비 2억원을 확보, 상반기 내에 기본조사 및 실시설계 용역을 거쳐 공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었다.

▲금안마을 흙돌담길

하지만 나주시는 당시 사업비 2억원 중 5천만원을 생가 복원과 금안동 발전을 위한 용역 두 건을 추진하는데 사용하고 나머지 사업비 1억5천만원은 주민들이 토지를 팔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납하게 해 불용처리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안면에서는 주민들이 ‘금안동 명촌 재건사업’을 위한 첫 단계로 특색 없는 시멘트 담을 헐어내고 마을 입구에서 경렬사 옆 척서정 주변과 인천마을 입구주택 30여채의 도로변 500m에 높이 1.5m~ 2m의 흙담을 쌓았다.

이 사업은 희망근로사업비 2억3천여만원이 투입됐으며, 나주향교 개보수 과정에서 나온 기와를 재활용하고, 마을 인근에서 구한 적당한 크기의 돌과 논흙을 재료로 활용해 사업비를 절감했고, 마을 주민들이 직접 공사를 시행해 주민 스스로 마을 가꾸기 사업에 참여했다는 보람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당시 신숙주 선생의 후손인 고령신씨 문중에서 전국에 흩어져 있는 종친들을 대상으로 모금운동을 해서 생가복원에 필요한 땅 700여평을 어렵사리 매입했는데 주차장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아직까지 답보상
태다. 주민들은 “신숙주 선생은 세종대왕의 명을 받아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기 때문에 한글마을의 원조는 선생의 생가인 나주 금안동이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 김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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