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임준선
唐(당)나라의 名僧(명승) 趙州(조주)에게 어느 禪僧(선승)이 물었다.

「무궁화 꽃잎에 이슬이 멎고, 오동나무 잎에 가을 바람이 나부기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서 어떤 人生(인생)의 眞實(진실)을 찾아낼 수 있습니까?」이렇게 汀洲(정주)는 대답했다.

아무리 꽃이 아름다워도 언젠가는 진다. 아무리 여름이 기승을 부린다 해도 언젠가는 이슬이 가을을 알리고 잎이 떨어진다.

無常(무상)한 것이 계절이다.

그러나 꽃이 지는 것은 비바람의 탓은 아니다. 꽃은 피면지기 마련이다. 꽃이 활짝 피었을 때 이미 그것은 질 것을 前非(전비)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다.

無常(무상)한 것이 인생이다.

그렇다고 슬픔을 느껴서는 안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가을이 되면 꽃이지고 잎도 지는 줄 빤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면서도 지는 꽃을 딱하게 여기는 마음씨가 있을 때 비로소 人生(인생)의 眞實(진실)에도 이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얼마전 白露(백로) 이슬이 여름의 열기를 식히며 가을을 재촉하는 철이 된 것이다.

이슬을 먹고 벌레는 자란다.

이슬을 안고 自然(자연)의 풀밭은 한결 아름다워 진다.

그러나 이슬은 허무한 것,

어느새 맺혔는가 하면 어느새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진다.

그래서 흔히 人生(인생)은 언제나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까지나 있는 것도 아니다.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일찍 떨어지는 꽃, 떨어지기 쉬운 꽃일수록 더욱 아름답기만 하다. 마치 짤막한 삶의 한순간 한순간을 가장 성실하게 살아나가겠다는 마음씨가 담겨 있는 것처럼.

이슬처럼 사람도 사라진다. 이렇게만 생각하면 人生(인생)처럼 허무한 것은 없다. 아무리 버둥거려도 다가오는 죽음을 막을 길은 없다.

아무리 큰 꿈을 안고 있어도 아무리 하는 일이 많아도 人生(인생)은 이슬처럼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줄 알면서도 사람은 살아 나가야 한다.

또 살수 있는데까지 그 삶의 한순간 순간을 충실한 것으로 만들어 나가도록 해야 한다.

가을에서 無常(무상)을 느끼는 것도 좋다. 그러나 人生(인생)의 모습이란 色卽是空(색즉시공)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色卽是空(색즉시공)에서 비로소 삶의 모습은 完結(완결)되는 것이다.

이슬은 사라졌다가도 어느 사이엔가 또 맺는다. 人生(인생)도 마찬가지다.

생겼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 생겨나는 것이다. 살면서 죽음을 안고, 죽음 속에서 삶을 안고 있는 것이 人生(인생)이다.

그게 또 가을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영원한 敎訓(교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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