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Eupatorium chinensis var. simplicifolium &목련강 초롱꽃목 국화과 등골나물속의 다년초

▲김진수 회장/전남들꽃연구회
『등골나물』의 속명 ‘유파토리움(Eupatorium)’은 터키 산악지역 아나톨리아를 지배한 왕 ‘유파토르(D.Eupator. B.C.120-63)’에서 비롯되었다.

국화과 등골나물속 식물의 총칭으로 예로부터 미국 동남부에서 민간약으로 사용되어온 다년초 허브식물이라 전한다. 종소명의 ‘시넨시스(chinensis)’는 중국에서 채집된 표본을 명명한 것.

잎은 마주나고 잎자루는 짧으며 뒷면에는 노란 선점(腺點, 잎이나 꽃에서 나는 분비물)이 있다. 흰 색의 관상화는 보통 7월에서 9월까지 피며 암술머리가 길게 밖으로 드러난다. 전체에 가는 털이 나 있으며 줄기는 곧고 붉다.

골등골나물의 앞 ‘골’은 골짜기를 뜻하여 물길이 있는 숲 가장자리에서 잘 자라는 특성이 반영되었다.

초지, 임도, 산비탈의 도랑가 같은 부식질이 많은 점질양토나 적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등골나물은 북미 열대지방이 원산지이다.

세계에는 약 500종이 분포하며 국내에는 등골나물을 비롯하여 갈래등골나물, 벌등골나물, 골등골나물, 민등골나물, 향등골나물, 서양등골나물 등 7종이 자란다.

흔히 등골나물의 엽맥이 두드러진 것을 보고 등골나물이라 한다는데, 그보다는 뼈 질환에 관여하는 약성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등골나물류를 영명으로 ‘Boneset’라 한다.

 ‘뼈를 붙인다(接骨)’는 뜻이다.

▲'주저’‘망설임’이라는 꽃말을 가진 등골나물은 뼈에 좋다.

동양에서도 한습(寒濕)의 원인으로 발생한 골통, 근육류머티즘, 통풍, 생리통, 항염 등의 효과가 알려져 있다.

 또 택란(쉽싸리)과 우슬(쇠무릎)을 파어혈제로 사용하는 것처럼 등골나물의 이명도 산택란(山澤蘭)과 토우슬(土牛膝)이다.

딴은 골등골나물과 벌등골나물의 잎이 쉽싸리와 유사하며, 소택지(沼澤地) 같은 입지에서 잘 자라는 특징이 있지만 역시 경락을 통하게 하여 통증을 제거하는 뼈 치료에 우선한 이름이라 할 수 있다.

등골나물류에 대한 일본명 ‘히요도리’도 뼈를 뜻하는 ‘호네(骨)’와 부러진다는 뜻의‘오리’가 합성된 명칭이다.

한방에서는 등골나물류를 「패란(佩蘭, 생약명)」이라 한다.

‘패(佩)’란 이 꽃을 가까이 하면 서사(暑邪, 열사병)를 물리친다는 의미이고, ‘란(蘭)’이란 이 식물의 향기가 난꽃 같다는 뜻이다.

성미는 서늘하며 맵고 쓰다. 폐, 비, 위 경락으로 들어가 가슴부위의 담을 풀고 주로 호흡기 질환과 운동계의 통증을 다스리며 악성종양 및 혈증을 다스린다.

특히 여름철의 서습(暑濕)이 비위에 정체되어 일어나는 소화불량, 구토, 설사를 비롯하여 여름감기로 인한 두통 및 타박상의 통증을 풀어주는 주약으로도 통한다.

아침이슬 촉촉한 가을 산길을 걸으면 들몰의 마음이 고요해진다. 허리를 꺾은 미역취, 쑥부쟁이, 개미취, 구절초들 사이로 아직 목덜미 꼿꼿한 등골나물도 마찬가지. 소박하며 애틋하고 달콤한 듯 쓸쓸하다.

조붓한 산길에 접어들면 어제 피었던 꽃이 오늘 시들어가고 선뜻 내키지 않던 희망이 다시 잉큼잉큼 피어나기도 한다.

재생의 꿈이 노두에서 초록의 칼끝을 세우기도 하고 이따금 꽃인가 하여 눈을 돌리면 그것들은 ‘마지막 잎새’에 핀 단풍들의 유혹이고 장난이었다.

그리하여 모두 버리고 무심히 스칠 뿐이건만 어느새 발길을 멈추게 된다. 등골나물의 꽃말이 ‘주저’ 또는 ‘망설임’이라더니 역시 시절의 후반에 피는 꽃답다.

▲골등골나무
평생 등골이 휘고 시리도록 일을 하여 가족을 잘 건사한 사람은 가을 산길을 걸을 때 허리가 꼿꼿한 등골나물들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또 뼈에 좋다는 우슬(쇠무릎), 속단(續斷)에 골쇄보(넉줄고사리), 골담초, 보골지, 접골목(딱총나무), 구골목(호랑가시나무)처럼 ‘골(骨)’자가 들어간 푸나무들도 두리번거리며 걸어야 한다.

들에 핀 꽃에는 우리가 살아왔고 또 살아가야 할 날들의 인연이 깊고 세미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 향기로운 맛과 성품을 우리들의 혀뿌리에 뼈마디에 깊이 새겨서 생의 후반을 저 등골나물들처럼 붉고 꼿꼿하게 살아가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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