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버린 시간의 뒤안길에서

▲김상섭
·나주출생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졸
·제13호 호남예술제 시 '독백, 당선
·전남문학상, 제13회 부원문학상 수상
·시집 '분신의 소명, 무명의 바람, 무정설법
·편저 '고요한 풍경, '서울에 부치는 편지,
          '해빙기의 강변에서
밤마다 가마귀 부리에서 피어나는 홍련화

십이尺 속을대문 삭은 설주에
그 아버지의 통곡이 서려 있었다

폐쇄된 뒷뜰 정원엔, 하늘의
검은 구름도 내려와 있었다

불온한 사상의 범죄자로 누명을 쓴 아버지는
성긴 핏대가 터졌고, 어머니까지
불귀객이 되어버린 천애의 고아 효심이

스무 해를 돌배처럼 살아온 그는 보았다
삭아내린 대리백통하며, 사지가 게처럼 오그라진
그 민경 아저씨의 천벌을

곱게 피어나야 할 어린 꽃가슴에서는
검붉은 피가 터져 나오고, 매릴
한숨으로 가득, 넋을 달래며
폐가 안방에서 무당처럼 살아가는

애처로운 효심이
밤마다 까마귀 부리에 맺히는
紅蓮華만 따 먹고 있다는데

전남타임스 후원

저작권자 © 전남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