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Primula sieboldii E. Morren&쌍떡잎식물강 진달래목 앵초과 앵초속의 다년초

김진수 회장 / 전남들꽃연구회
『앵초(櫻草)』의 속명 프리물라(Primula)의 어원은 라틴어 프리무스(primus, 최초) 또는 영어의 프리모스(primos, 제일)의 뜻으로, '일 년 중 최초로 핀다' 는 뜻이다.

종소명 시에볼디(sieboldii)는 독일의 의사이자 생물학자 지볼트를 가리킨다. 영명인 시에볼드 프림로즈(Siebold primrose)는 ‘맨 처음(prim) 피어나 장미(rose)처럼 아름답게 봄을 알리는 꽃’임을 의미한다.

또 카우스립(Cowslip)이라고도 하는데, 소(Cow)가 똥(Slip)을 싼 곳에 앵초가 잘 자라기 때문이라 한다. 앵초의‘櫻’은 꽃빛과 산형화서인 꽃자루가 앵두나무나 벚나무와 유사하다는 뜻을 부여한 일본의 한자 표기 사쿠라소우(櫻草)에서 왔다.

우리나라 고전 기록에는 없는 이명 ‘벚꽃붕이’역시 이와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바람개비나 풍차의 느낌이 나는 앵초를 풍륜초(風輪草)라 하였듯 꽃모양은 앵두꽃이나 벚꽃보다 오히려 동자꽃, 지면패랭이, 일일화에 가깝다.

앵초를 또 취람보춘(翠藍報春), 취란화(翠蘭花)라고도 한다.

비취(翡翠, 물총새)의 아름다움에 비유하였고 여기에 춘란을 뜻하는 보춘(報春)이나 난초 란(蘭)을 곁들임으로써 역시 봄에 가장 일찍 피는 꽃임을 강조한 이름으로 보인다.

광량이 풍부한 산지 초원 통수성이 양호한 곳에 군락을 이루는 습지형 앵초의 서식환경이 계류나 호수 주변에서 서식하는 물총새와 겹쳐지는 상상도 즐겁다.

앵초의 키는 10∼20㎝이며 잎은 뿌리 근처에서 총생하고 연두색의 긴 타원형이며 부드러운 털이 밀생한다. 꽃은 4월에 분홍색으로 피며 화경 끝에 폭 2∼3㎝의 꽃이 7∼20개씩 산형화서에 달린다.

우리나라에는 큰앵초를 비롯하여 설앵초, 털큰앵초, 좀설앵초, 흰앵초, 흰좀설앵초, 돌앵초 등 9종이 자생한다.

큰앵초는 해발 500∼800m 지점의 밝은 숲속, 습지, 산간 계류 언저리에 서식하며 6~8월에 홍자색으로 꽃이 피고 높이가 30~60cm로 크며 잎도 단풍잎처럼 넓은 원심장형이다.

▲봄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열쇠 같은 꽃, 앵초

또 5-6월 담자색으로 개화하는 설앵초는 키가 약 10~15㎝ 정도로 앵초보다 작다.

한라산 고지대 바위 겉면에 붙어서 자라는데 잎 뒷면에 은황색 가루가 눈(雪)처럼 보이므로 설앵초라 한다.

설앵초는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한국에서 멸종될 수도 있는 식물로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발표한 국가기후변화 생물지표 100종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앵초속 식물은 내한성은 강하나 내서성이 약한 편이다. 지구상에 500종 이상이 분포하며 이 가운데 약 300종은 히말라야지역에서 자라고 나머지는 중앙아시아, 유럽, 시베리아, 중국, 한국, 일본, 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습한 곳에서 분홍빛 양탄자를 펼쳐놓은 듯 군락을 이루는 첫봄의 꽃답게 앵초는 전하는 꽃말도 다양하다. 첫사랑, 행운, 귀여움, 가련, 번영, 젊은 날의 슬픔... 또 이 꽃의 줄기가 열쇠꾸러미처럼 늘어지는 모습에서 열쇠에 비유한 이름들도 많다.

독일에서는 ‘열쇠꽃’이라 하고, 스웨덴에서는 ‘오월의 열쇠’라 하였다. 북유럽의 전설에 의하면 앵초는 사랑의 여신인 프라이야(Freya)에게 바쳐졌는데, 기독교가 전래하면서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하게 되면서 ‘성모 마리아의 열쇠'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이 열쇠로 천국의 문을 열 수 있다고 믿어 ‘천국의 열쇠’‘성 베드로의 열쇠’라고도 한다.

겨우내 녹색갈증에 시달리던 인간에 화답이라도 하듯 정말 ‘봄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열쇠’ 같은 꽃이다. 관상가치가 높아 널리 재배되는 식물 속(屬) 중의 하나이다.

 지금도 새로운 종이 발견되고 있으며, 수천 종류의 교배종과 새 품종들이 다양한 색상으로 재배되고 있어 과연 물총새의 오색 화려함이 무색할 정도이다.

◀앵초의 꽃말은 첫사랑, 행운, 귀여움, 가련, 번영, 젊은 날의 슬픔 등 다양하다.
앵초는 연분홍빛 꽃이 티 없이 곱고, 연둣빛 앳된 잎이 보송보송한 털에 싸여 무척 사랑스럽지만 겨우 이른 봄날 한 철.

계곡을 뒤덮을 만큼 사방으로 달뜨다가도 어느 날 문득 그 빛을 잃어버린다. 열매도 다 익기 전에 쉽게 씨앗이 쏟아지므로 씨를 얻으려면 열매꼭지가 다 성숙하기 전에 받아두어야 한다.

그러므로 앵초는 설익은 사춘기 첫사랑의 꽃반지나 같다. 헤프디 헤픈 열여섯 짝사랑이거나 풍선처럼 부푼 열일곱 풋사랑 같아 오락가락하다 언제 앵돌아져 날아갈지 모르는 물총새의 수다스런 날개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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