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순 편집국장
때는 서기 33년, 아마도 계절은 이맘때쯤이지 않았을까 싶다.

변방에 살던 예수가 돌연 열두 명의 추종자를 앞세워 수도 예루살렘을 간다하니, 더러는 그를 우러르고, 더러는 “촌놈 주제에...”하며 비아냥거렸을 것이다.

그때 한 극렬 여성추종자가 자신의 두 아들을 이끌고 예수 앞에 나아왔다.

“당신이 나라를 세우신다 하니, 그 때가 되면 제 큰놈은 당신 오른편에, 작은놈은 당신 왼편에 앉게 해주시오.”

이 얼마나 무모하면서도 당당한 인사청탁인가?

여인은 의심의 여지없이 예수가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앉게 될 것으로 믿었을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예수를 위해서라면, 아니 요구하는 것이라면 아마도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을 것이라는 것은 안 봐도 선하다.

그런데 이걸 지켜 본 열두 명의 추종자들은 분개한다.

“어디서 저런 개뼉다귀 같은 놈들이 나타나서 자리욕심을 내는 거야? 제깟 것들이 뭘 했다고 김칫국부터 마시는 거냐고?”

그로부터 2천 년의 세월이 흐른 2017년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이 총칼이 아닌 촛불에 의해 쫓겨나고, 쫓겨난 권좌를 향해 너도 나도 적폐청산을 외치며 달려들고 있다.

일찌감치 정권교체는 예고 된 상황이니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쪽 사정은 논외로 하고 일단 국민적인 관심이 높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풍향계를 먼저 살펴보자.

그동안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A 아니면 B, B 아니면 A였지, A가 되어도 좋고, B가 되어도 좋고, C가 된다 해도 안 될 것은 없고...하는 선거를 치렀던 적이 있던가?

대다수 일반유권자들은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을 내놓든, 안희정을 내놓든, 이재명을 내놓든 그 누가 되어도 ‘대통령’을 수행하기에 깜냥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의당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가는 문재인을 추격할 사람이 안철수이든 손학규이든, 박주선이든 호불호의 정도차이가 있을 뿐 ‘안 될’ 사람으로 여겨지는 사람은 없으니 이처럼 느긋한 선거판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일찌감치 김칫국을 들이키고 갈증에 허겁지겁 물을 찾듯 달려드는 사람들, 지역에서는 새로운 대통령 취임과 함께 신 씨 성을 가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떠돌고 있고, 차기 나주시장은 이 씨 성을 가진 사람이 될 것이라느니, 김 씨 성을 가진 사람이 될 것이라느니, 하마평이 분분하다.

한 때 바람으로 세워진 한 신생정당은 이번 대선을 분수령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서 ‘지속가능한 정당 만들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반면, 지역에서는 권토중래의 기회로 대통령 만들기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이처럼 맥도 모르고 침통 흔드는 사람들을 향해 예수는 일갈한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어차피 한낱 정치인이 예수가 될 수는 없는 상황이니 기대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공직에 도전하는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살아 온 삶이 공공성을 우선으로 삼았는지 정도는 스스로 평가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갈등하고 있을 강인규 시장에게 한 말씀, 공직선거법 60조와 64조에 따르면 지자체장 뿐만 아니라 모든 공무원은 선거 중립의 의무가 있다.

지지를 호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 지지 의사를 밝히는 것 또한 금지된다. 또 지자체장의 지위로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당의 정강이나 정책을 홍보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아울러 지자체장들은 당의 정책발표회나 일체의 정치행사에 참석할 수 없다. 또 긴급한 민원이 발생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반상회 같은 통·리·반장의 모임에도 참석할 수 없다. 모두 법률에서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 무슨 억울한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역 단체장의 행보는 광폭이다. 벌써 4월 첫 주만 하더라도 참석하는 공식적인 행사가 16건이나 되고 만나는 대상이 6천396명에 이른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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