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렬 시인
· 나주 출생
·현) 나주시문화원장
범이 웅크리고 있어 호산이란다

웅크린 등줄기 타고 온 햇살이
닫힌 눈꺼풀의 새벽을 문지른다
눈거풀 밀어올리며 발걸음 재촉하던 햇살
추원당의 얇은 그늘을 지우며 다가와
현액에 새겨진 글을 어루만진다

종자종손 250여 년을 이어온 유산
세세로 찬만 년을 지켜 가야 할 호산
온 산에 가득한 솔향기의 호위를 받으며
조상님들 모시고 계시는 할머니
할머니 무덤을 찾아온 햇살이 아침을 깨운다

햇살이 뜨겁다 뜨거운 햇살 튕겨내던
반질반질한 툇마루에는 이제
흙먼지가 넓게 자리를 잡고 있다
먼지가 주저앉을 틈도 없던
할머니의 손길이었는데…

푹푹찌는 땡볕이
그리움도 익힐 것 같은 칠월 초삼일
할머니 계시는 곳 다녀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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