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나무처럼 떨었다.
금남로에서였다.
무장군인들을 태운 트럭 한 대가 불쑥 다가왔다.
마침 청색신호를 기다리던
단발머리 소녀의 머리채를 잡아 끌어 올리더니
어디 어디론가 쏜살같이 사라졌다.
그 순간 비겁했다.
너무나도 비겁했다.
그러나 어쩔수가….
나는 천하에 몹쓸 원초적인 본능으로
대인동 버스터미널을 향해 급히 도망을 쳤다.
하마터면 최루가스에 질식당할 뻔했다.
무자비한 진행형이었다.
총과 칼로 살육의 그 골목에서 살기 위한 몸부림이
심장의 박동으로 심하게 느껴지던 일천구백팔십 년
바로 그 해
5월은 긴 여름 장마처럼 무진 지루했고 역겨웠다.
아! 해마다 5월이 오면
겨우 손바닥만 한 가죽가방을
대각선으로 둘러 맨
그 소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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