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숙
만지면 고운 모래가 묻어날 것 같은
고요가 고요를 말리는 건조증이 아직 진행 중이다
저 사막에도 용트림 하듯 거센 강물줄기 흘렀었다
회초리를 들어 내 장딴지를 후려치던
그 강단진 패기는 어디쯤에서 말라버렸을까
한 장 한 장 생을 굽듯이 아스라하게 구워낸
내 대학등록금을 은행창구에 들이밀 때
어버지의 손은 사바나로 년하고 있었으리라
나는 회초리 든 아버지의 푸른 손만 기억하였다
모래바람이 아무리 거세게 불어도
아버지의 손은 언제나
내가 편히 쉴 늘 푸른 초원인 줄 알았다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은 혹독한 시절을
무소의 뿔처럼 홀로 지고 걸어간
아버지의 강과 샘은 하얗게 말라붙어
눈을 감고 만지면 아버지의 손은
죽어 천년을 산다는 사막의 나무
한때 그 몸에 푸른 이파리 살랑였던 기억까지
깡마르게 지워낸 호양나무의 수피처럼
갈기갈기 거친 호흡으로 덮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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