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청소년돕기 명분에 주민들 닷새 동안 밤낮 없이 소음·진동 시달려&나주시 어물쩍 허가 내줬다 뒤늦게 건축법·식품위생법 위반 고발 조치

▲불우청소년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빛가람혁신도시에서 닷새 동안 열린 한 민간단체 행사에 대해 나주시가 졸속으로 대응을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한 민간단체가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개인사유지에서 닷새 동안 야시장행사를 벌여 민원이 빗발친 가운데 나주시와 나주경찰서 등 관계당국이 어정쩡하게 대처해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28일까지 꼬박 닷새 동안 빛가람동 한전 본사 인근 유 아무 씨 소유의 공터에서 ‘빛가람 유채꽃 가요대축제’가 열렸다.

이 행사는 (사)한국불우청소년선도회가 주최·주관하고 내외일보, YBN TV, 세종TV가 후원했으며, 행사의 수익금 전액을 지역 내 불우청소년을 돕는데 쓴다고 홍보가 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확성기의 노랫소리와 음담패설이 섞인 각설이공연 등에 밤잠을 설치다 못해 친척집과 찜질방으로 피난을 가야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행사가 열린 24일 밤 주민 김 아무 씨는 “행사시간이 밤 10시까지라고 들었는데 11시가 넘도록 소음과 진동이 계속 돼 잠을 이룰 수가 없다”며 자정이 임박해 나주시 홈페이지에 민원을 제기했다.

또 다른 주민 황 아무 씨도 “공터나 운동장 같은 곳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주거단지 바로 옆에서 이게 무슨 행사인지 모르겠다”며 “철지난 유채꽃 조금 심어놓고 무슨 축제냐 했더니 이상한 노래만 몇 시간째 불러대고 있다”고 불평을 쏟아 놓았다.

이같은 주민들의 민원으로 한 때 나주시 민원전화가 불통이 되다시피 했으며, 홈페이지에는 단속을 해달라는 민원이 폭주했다.

그러자 나주시는 25일 행사장에 나가 민원불편사항에 대해 현장 조사결과 건축법 제20조(가설건축물) 위반, 그리고 식품위생법 위반 등이 확인돼 나주경찰서에 고발 조치했다.

또 나주경찰과 합동으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소음공해 해소와 교통안전대책, 쓰레기 수거 등에 대한 특별대책을 강구했다.

축제를 여는 동안 소음공해 예방 및 안전질서 유지 요원을 추가 배치했으며, 소음피해 방지를 위해 오후 7시 이후에는 음향장비를 사용하지 않도록 한 것. 이 때문에 나주시 공무원들은 주말인 27일과 28일 꼬박 비상근무를 해야 했다.

하지만 문제는 나주시가 당초 행사를 허가해주는 과정부터 엉성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나주시는 주최측으로부터 공연신청이 들어오자 안전총괄과에서 안전관리심의위원회를 거쳐 허가를 해줬다. 하지만 공연의 성격이나 내용, 영업의 종류와 품목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으며, 심지어 음식을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아무런 점검과 대책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행정의 엉성한 대처 속에 행사가 진행된 가운데 주민들의 민원이 속출한데다 일부 주민들은 국민신문고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신고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뒤늦게 단속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주민들은 무엇 때문에 나주시가 이런 행사를 허가했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 하고 있다.

주민 문 아무 씨는 “주말에 집에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소음과 진동이 심해 집에 더 있다가는 속이 울렁거리고 두통이 심해져서 시댁과 동생네로 피난을 다녀야 했다”며 “주최측이 불우청소년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행사를 열었고, 주민들은 그로 인해 닷새동안 불편을 감수했는데 수익이 얼마나 발생했고 성금은 얼마를 기탁했는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다른 주민 곽 아무 씨는 부모님과 함께 행사장에 갔다가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이끌려 들어갔다가 손금을 봐달라고 했는데 사주를 봤다며 3만원을 요구해 승강이질을 하다 뜯기고 들어왔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한편, 행사를 주관한 (사)한국불우청소년선도회 한 관계자는 “지난 4월 영산강둔치에서 유채꽃축제를 했던 사업자가 적자를 봐서 후속으로 이번 행사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히며 “나주시에서 애초에 안 된다고 했으면 안 했을 건데 민간 땅이니까 알아서 하라고 해서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불우청소년을 돕기 위한 기탁금은 지난 4월 영산강유채꽃축제가 끝난 뒤 100만원을 나주교육진흥재단 인재육성기금으로 기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 김양순 기자 jntimes@jn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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