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현동 주민들 “마을 한복판에 요양원이라니 절대 용납 못해”&금성산 고려유적 사직단 터에 주택단지 개발에도 시민들 ‘발끈’

▲ 나주시 경현동 주민들이 마을에 들어설 요양원 시설을 반대하며 정자나무 아래서 천막농성을 펼치고 있다.
최근 나주 원도심에 외지인들의 개발자본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오면서 원주민들의 생활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나주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몇 년 전 나주시 경현동에 세워졌던 ㄱ연수원이 부도가 나자 건물을 경매 받은 한 아무 씨가 요양원 형태의 실버케어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구조변경을 하고 있다.

한 아무 씨는 최초 건물을 낙찰 받은 조(45)아무 씨의 처남 박 아무 씨의 동서로 알려졌다.

뒤늦게 소식을 전해들은 경현동 주민들은 요양원 시설이 들어서면 주민들의 생활권을 침해받을 우려가 있다며 건물 입구에 천막과 현수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경현동 요양원 입주 반대추진위원회 이현준 위원장에 따르면 “업주가 80명의 환자를 입주시키겠다며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건물은 마을의 초입이자 중심부로 이곳에 요양원이 들어서게 되면 주민들의 생활권이 사라지고 금성산의 존재감도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주민들은 “치매환자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자 등이 입소할 경우 주민은 물론 금성산 등산객들의 안전이 위협 받을 수 있으며, 환자복을 입은 입소자들이 마을 입구 당산나무 주변에 진치고 앉아있거나 마을을 활보하게 될 경우 주민들과 등산객들은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오랜 세월 금성산이 공원부지로 묶여있어 지금까지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도 포기하면서 국가정책에 함께 해 왔는데, 이번 요양원 입주로 인해 앞으로 또 다른 요양원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업주가 주민들에게 밝힌 약속문건에 따르면 “마을주민이 입소할 경우 가격인하 혜택과 함께 주민들과 유대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입소자들의 외출을 보호자와 동반할 경우에만 허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약속이 주민들의 반대의지를 꺾기에는 역부족인 가운데 금남동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서희철)는 12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고 지역내 유관 기관단체 등과 연대해 요양원 설치 반대운동을 펼쳐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주민자치위원들은 “경현동은 금성산 자락에 위치한 천혜의 청정마을이며, 금성산은 지역안팎에서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명산인데 요양원이 들어서면 명산이미지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데 뜻을 같이 했다.

하지만 나주시는 요양시설이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인 만큼 업주가 요건을 갖춰서 신고를 해 올 경우 승인을 안 해 줄 명분이 없다고 밝히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 (주)해마로디엔씨가 금성산 일대에 추진하고 있는 경현동 신규마을 조성 대상지
나주원도심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딜레마가 금성산 월정봉 일대 자연녹지지역에 추진되고 있는 ‘경현동 신규마을 조성을 위한 대지조성사업’이다.

광주 소재 업체인 (주)해마로디엔씨가 경현동 187-2번지 일원에 8만7천㎡ 규모로 대지를 조성하는 이 사업은 총 204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118가구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는 민간투자사업이다.

업주측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이곳에 대해 ‘천년의 역사도시 나주시가 가진 정적이고 쾌적한 환경, 영산강과 빛고을 광주의 상징인 무등산 조망권 등 최고의 프리미엄을 두루 갖춘 전원주택단지’ 등의 장점을 부각시켜 입주자를 모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이 ‘배산임수의 자연환경을 갖춘 최적의 생활터전 명당’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
하지만 소식을 전해들은 시민들은 나주의 천혜의 명당을 몇몇 입주자들만의 사유공간으로 빼앗길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이곳에는 삼국시대부터 일제강점기 전까지 고을의 수령이 안녕과 풍년을 빌었던 ‘사직단’터가 남아있다.

1910년대 일제가 사직단을 없앴지만 당시 주민들은 사직단 행사를 일제 몰래 진행해 왔던 곳으로 사직단을 복원해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여망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사업시행사측은 이곳에 대해 문화재 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구 및 유물을 확인 할 수 없었다고 밝히고 있으며, 나주시의 사직단에 대한 보존방안에 합의하고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하고 문화재청의 승인을 받은 상태다.

사업대상지는 1950년대 말까지만 해도 20여 가구가 사는 월정마을이 자리했던 곳으로 재일동포사업가인 고 서상록 씨가 “나주 인재 육성을 위해 도서관을 짓겠다”고 하자 동네 주민들이 땅을 팔고 아랫마을 교동 등 전국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채, 사직단 터가 포함된 땅이 1987년 팔리는 등 상당수 부지가 매매되기 시작했다.

결국 시민들은 금성산 정기를 받아 지역인재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도서관 건립을 위해 집터를 내주었으나, 이제는 외지인들이 명당자리를 찾아 들어와 살게 됐다며 개탄스러워 하고 있다.

나주시는 다음달 7일까지 건축허가과와 금남동에서 공람을 거친 뒤 오는 22일 오전 10시 시민회관에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공공의 자산인 금성산이 사유화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앞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 김양순 기자 jntimes@jn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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