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 시인
날마다 가슴에 당신을 걸고 살다가
지금 가파른 삶 길섶 너설에서 그만
비루한 낙엽처럼 추락합니다

어느 푸른 여름
켯속을 잡을 줄 몰라 배회하는 사이
뼈속까지 피어오른 절망을 뽑아낼 엄두를 못내대가
붉덩물이 그만 나를 덮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고향이어서 좋았던 당신
아무리 사랑에 불을 지펴도
쇠구들마냥 묵묵히 저를 만지작거리셨습니다

칼바람 부는 퍼석얼음 위를 걸어왔던 지난 날
어린 짐승 부러뜨리지 않으려고 기개를 돋우시고
무던히도 허당을 짚지나 않는지 노심초사 하시던 당신

그 눈물위에 선샘으로 솟아나서
사춤처럼 몰골시리고 어린 저를 뻘널질로 어루만지십니다
짚북데기 같은 제 마음을 후려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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