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Eichhornia crassipes (Mart.) Solms & 외떡잎식물강 백합목 물옥잠과 부레옥잠속의 일년초

▲김진수 회장/전남들꽃연구회
『부레옥잠』의 속명 아이히호르니아(Eichhornia)는 독일인 정치가 Eichorn(1779~1856)의 이름에서 유래되었으며, 종소명 크라시페스(crassipes)는 '큰 엽병이 있다'는 뜻의 라틴어이다.

엽병(잎줄기)이 물고기의 부레처럼 통통하게 부푸는데 잎사귀는 또 옥잠화와 비슷하여 부레옥잠이 되었다.

그러니 풍선을 물에 띄워놓은 것도 같고(풍선란), 바람결에 둥둥 배를 띄웠으며(배옥잠), 셀 수없이 많이 혹을 단듯하고(혹옥잠), 꽃잎 중앙의 노란 무늬는 길쭉하여 봉황의 눈을 닮았다(봉안련).

그리고 마치 뗏목처럼 군대(部隊)처럼 무리를 지어 떠다니므로 ‘부대물옥잠’일 것이다.

「수호로(水葫蘆)」는 부레옥잠의 생약명이다. 역시 조롱박(葫蘆) 모양의 엽병에서 얻은 이름일 것. 여름에서 가을에 채취하여 볕에 말리는데, 성질이 서늘하여 청열해독(淸熱解毒, 열사를 제거하여 독을 풀어줌)의 효능을 가졌다.

수상꽃차례(穗狀花序)의 꽃은 히아신스처럼 아름다워 영어로는 ‘Floating water hyacinth(떠도는 물 히아신스)’라 하였다. 부레옥잠은 세계적으로 약 7종이 자라는데 열대지방에서는 숙근성 여러해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해살이풀로 취급된다.

높이는 15~30cm 정도로 자라고 잎줄기 표면에서 윤채가 난다.

▲꽃가마를 탄 듯 화려한 꽃다발에 반짝이는 연둣빛 잎사귀의 부레옥잠

수조나 연못에 기르면 쉽게 죽지 않고 번식력도 매우 강하며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질소와 인을 빨아들여 수질을 정화한다.

부레옥잠은 기는 줄기(runner)를 내어 짧게 또는 길게 뻗어서 새 개체를 늘린다. 이 러너 줄기는 다른 부위에 비해 쉽게 부러지고 잘 물러져서 모체와의 분리가 수월하게 설계되었다.

물속에선 까마귀의 보드라운 깃털 같은 뿌리가 조금 무서운 느낌으로 길게 너울거린다.

물속의 부유 영양물질을 붙여서 잘 흡수할 수 있게 생긴 구조이며 식물체가 뒤집히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준다.

8~9월에 연한 자줏빛으로 개화하고 꽃이 질 때는 먼저 핀 순서대로 밑에서부터 차례로 하루 만에 시드는 일일화이다.

가을 무렵 부레옥잠을 걷어서 퇴비를 만들면 좋은데, 몇 포기는 겨울나기용으로 갈무리해둔다. 대개 13℃ 이상에서 월동하고 수중온도는 18 ~ 23℃가 최적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실내로 들여서 따뜻하게 관리해야 한다.

한편 개구리밥을 부평초(浮萍草)라 하여 ‘의지할 데가 없어 정처 없이 떠도는 신세’에 비유하곤 한다.
부레옥잠을 부평초라 하는 것도 생이가래, 물상추, 물배추, 마름들과 마찬가지로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기 때문. 그럼에도 부레옥잠의 꽃말은 멋진‘승리’이다.

▲‘승리’‘조용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부레옥잠
꽃가마를 탄 듯 화려한 꽃다발에 반짝이는 연둣빛 잎사귀, 한껏 가슴 부푼 잎줄기에 부대를 짓는 큰 무리까지 그리고 강물 위를 미끄러지며 여기저기 여행도 가

능하니 육상의 붙박이 풀들이사 과시 꿈도 못 꿀 승자의 모습 아닌가.

그런데 뜻밖에 다른 꽃말에선 ‘조용한 사랑’이 있다. 잔잔한 연못과 호수, 물살이 느린 습지와 강어귀에 피어나 홀로 물그림자를 드리운 적적한 모습이다.

새벽안개든 저녁놀이든 그림처럼 펼쳐놓고 미동도 없이 물밑의 나를 굽어보는 사랑. 나의 나를 사랑하여서 나의 남을 사랑할 수 있는 참다운 내면의 깊이!

살아가면서 그러나 부레옥잠의 사랑에도 ‘흔들리는 기억’은 있었을 것이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오해의 바람 한 줌, 네 날개와 여섯 발가락에 붙들린 잠자리 하나의 시련, 마음의 물껍질을 흔드는 소금쟁이 벗들의 동심원, 별안간 뛰어든 얄미운 개구리새끼의 파란, 한바탕 몰고 간 소낙비 손님의 소란, 한껏 높아진 무지개며 말없이 깊어진 달빛 그리움, 그리고 함께 꿈꾸며 어깨 걸고 밀려왔다 밀려가던 그 먼 바다!

부레옥잠은 평화로이 안착하지 못하고 평생 떠돌이로 살아가는 마음들의 부평초를 보여준다. 인간이라서 어디 부레옥잠 같은 꽃말이 없겠는가.

화려한 핑계로 떠도는 저 쪽배와 혹부리와 허풍선과 헌 뗏목들을 초가을 뜨락에 나와 부레옥잠을 바라보며 오래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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