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영암 3년째 ‘따로 또 같이’ 마한은 없고 흥행만 좇아 아쉬움&마한문화 세계문화유산 등재 위한 지자체 차원의 노력 요구되기도

▲마한의 역사를 테마로 한 축제가 나주시 반남면 국립나주박물관과 영암군 시종면 마한문화공원에서 동시에 개최돼 통합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대형 금동관과 마한시대 마차 등 고대 마한의 왕 행차를 바라 본 나주시민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난 22일 나주 원도심에 등장한 낯선 시대, 낯선 사람들의 화려한 퍼레이드를 바라본 시민들은 그것이 2천 년 전 영산강 유역을 찬란하게 꽃피웠던 고대 마한역사의 재현임을 금방 알아차렸다.

나주시가 주최하고 마한문화축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한 제3회 마한문화축제가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 동안 나주시 반남면 국립나주박물관 일원에서 펼쳐졌다.

국보 제295호 금동관 출토 100주년을 기념해 ‘금동관, 마한의 빛이 되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축제는 다양한 전시·체험행사와 흥겨운 경연·무대 공연 등으로 꾸며져 마한의 역사를 현대에 되살리는 지역축제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험대가 되었다.

출토 100주년 ‘금동관, 마한의 빛이 되다’

마한역사 고증을 위한 국제학술대회를 비롯한, 금동관 만들기, 마한 트릭아트, 마한 조랑말 체험, 마한 옷 입기 등 마한과 관련된 다채로운 체험부스와 나주 배 시식회 등이 성황리에 운영되며, 방문객의 오감을 만족시켰다.

또 각 읍·면·동 단체전으로 치러진 ‘마한인 씨름대회’에서는 금남동이 1등을 차지, 송아지 1마리가 부상으로 전달됐다.

하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고대 중국 역사서 동이전에 기록된 마한의 제천행사 춤 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자는 차원에서 총 1000만원의 상금을 걸고 처음 시도된 ‘전국 마한인의 춤 경연대회’는 지역 안팎에서 18개 팀이 참여했으나 ‘마한’은 없고 ‘흥행’만 좇았다는 지적이다.

경연장에 나온 춤들이 펑키힙합, 방송댄스, 라인댄스와 라틴댄스, 줌바댄스, 블루스와 지터박, 댄스스포츠 등 사교댄스 일색으로 대회 개최요강에서 제시한 마한인의 춤을 가미한 참가팀은 눈을 씻고 찾아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나마 춤의 기본요건에 해당되는 동작이 가미된 여수시 KKS댄스팀에게 대상과 함께 상금 300만원이 돌아갔으며, 금상은 광주레크리에이션 서구동호회팀, 은상 나주의 자미산성팀이 각각 수상했다.

나주시평생학습축제도 한몫 톡톡히

축제의 또 다른 숨은 공로자는 나주시평생학습 수강생들이었다.

올해 처음 열린 나주시평생학습축제가 ‘평생학습에서 새로운 나를 찾는 기쁨, 배우GO, 나주GO, 소통하GO’라는 주제로 국립나주박물관 잔디광장에서 열렸다.

평생교육기관·단체·동아리 30여 곳이 참여한 나주지역 평생학습프로그램을 소재로 한 다양한 체험과 작품 전시, 흥겨운 공연이 축제장에서 어우러져 그나마 축제의 단조로움을 덜어주었다.

전시관에는 20여 단체와 교육생 300명의 애정이 담긴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관광객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고, 여기에 오카리나·색소폰·팬플룻 동아리의 버스킹 공연이 더해지며 축제장의 흥을 한껏 돋우었다.

또한 바리스타, 꽃차, 부채, 유화, 서예, 캔들, 캘리그라피, 한지공예 등 다채로운 체험 부스는 자신만의 기념품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시민과 관광객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냈으며 특히 전래놀이와 종이접기, 옛 책 만들기를 비롯해, 반남 고분군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 등이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나주·영암 마한축제 놓고 주도권 다툼(?)

마한문화축제가 열리던 23일과 24일 이틀 동안 영암군 시종면 마한문화공원에서도 ‘2017 마한축제’가 열렸다.

영암군 마한축제추진위원회(위원장 유인학)가 주최·주관한 이 행사는 ‘마한의 숨결! 문화를 깨우다’는 주제로 진왕행차와 마한愛 상생 점화식, 마한의상 체험, 마한역사 마차체험, 마한씨름대회 등으로 꾸려졌다.

특히, 우리나라 동해·남해·서해 등 3대 해신제 중 유일하게 보존되어온 ‘남해신사 해신제’를 시작으로, 해신문화와 축제의 발전방향을 주제로 한 세미나와 한·중·일 전통 민속공연을 가져 관심을 끌었다.

아울러 두 지역 개막행사에 강인규 나주시장과 전동평 영암군수가 서로 참여해 격려하고, 나주시는 영암 마한축제에 나주시립합창단을 파견해 공조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같은 주제로 축제가 열려 두 행사 모두 동네축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 속에 두 행사를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와 힘을 얻고 있다.

영암 출신 전남도의회 우승희 의원은 지난 7일 도정질문을 통해 “영암군과 나주시가 2015년부터 마한축제와 마한문화축제를 세 차례 각각 추진하고 있으나 지역적 특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우 의원은 “개최시기와 축제 주제가 같은 만큼 충남도가 부여 공주와 함께 주최하는 백제문화제처럼 전남도가 주관하고 영암군과 나주시 일원에서 공동으로 개최한다면 마한과 영산강문화권역 브랜드 강화, 관광활성화, 예산 효과 극대화, 연구와 발굴 등 마한 사업 추진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22일 마한문화축제 개막식에 참석한 전라남도문화관광재단 오영상 사무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마한문화축제가 김해의 가야문화축제보다 무려 60년이 늦었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가야사연구 공론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과 함께 “재단 차원에서 전남문화재연구소를 중심으로 TF팀을 구성, 대응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나주시와 영암군은 2015년부터 마한의 역사를 테마로 축제를 펼쳐오고 있다. 당시에는 격년제로 서로 축제를 개최한 뒤 노하우가 쌓이면 국가적 축제로 도약시키고, 더 나아가 마한문화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교류를 펼치기로 했던 것.

하지만 이같은 약속이 흐지부지 된 상태에서 세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두 자치단체가 앞으로 어떤 대안을 강구해 나갈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김양순 기자 jntimes@jn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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