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를 주관하는 우리한테 상의도 없이 날짜를 잡은 거예요. 시장님 일정 맞추느라고 그랬다는데 어쩌겠어요?”

며칠 전 나주시내 한복판에서 열린 한 행사장에서 관계자가 볼멘소리를 했다. 같은 날 같은 시각 여러 곳에서 행사가 열려 사람동원도 어려운 상황에서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마저 “이게 누구를 위한 행사냐?” 불만을 제기하자 애가 닳아 내지른 소리다.

흔히 10월은 문화의 달이라 해서 많은 문화예술, 체육행사가 펼쳐지는 달이다. 특히, 매달 마지막 수요일은 일상에서 문화를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문화가 있는 날'일 뿐만 아니라 매년 10월의 셋째 주 토요일은 ‘문화의 날’로 보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10월을 지나 11월로 이어지는 지금 나주에서는 무수히 많은 행사들이 펼쳐지고 있으니 그것을 이해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추석연휴가 끝난 10일부터 시작된 각종 노래와 음악공연이 곁들인 행사를 살펴보았다.

12일 7080콘서트를 시작으로 주말마다 열리고 있는 나주풍류열전 공연, 청출어람 2017.나주 개막식, 나빌레라문화센터 개관행사, 전라도 정명 천년 D-1년 기념음악회, 세지 화탑마을 소원 화탑축제, 나주금빛상점가 한마음축제, 엄마야 누나야 전통시장 가자, 김성녀의 어머니의 노래 특별공연, 나주시 사회경제인한마당 행사, 시민과 함께하는 음악회, 감사실천 친절3운동, 나주시장기 한마음생활체조 페스티벌, 나주문화예술제, 전라필하모니 정기연주회, 그리고 전국노래자랑까지...

이들 행사들은 대부분 시장과 시의장 등 정치인들이 참석하는 행사들이고, 시장이 참석하지 않는 나주학생독립운동진원일 기념 헌정음악회 같은 다수의 행사도 있음을 밝히면서, 과연 이 행사들이 누구를 위해서 열리는 것일까 의구심을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나주에서 행사의 성패여부는 단 한가지다.

시장 또는 국회의원 같은 중량급 정치인이 찾아오는 행사인가, 아닌가.행사를 주관하는 기관과 단체에서도 행사일정을 잡기위해서는 먼저 시장 부속실 또는 시장 측근을 통해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관행이 되고 있다.

시에서 예산을 보조받아 치르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시장이 참석하는 행사는 그만큼 권위가 있어 보이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다 하는 우월감일 수도 있고, 예산을 지원해 준 단체장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노림수가 있다면, 시장이 참석하는 행사에는 공무원들이 참석한다.

주무부서 담당공무원은 물론 팀장, 과장, 심지어 국장까지 납시는 경우가 많고, 관련된 수행공무원들이 참석하기 때문에 그만큼 성황을 이루게 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시장과 시의원, 정치인들이 즐겨 찾는 행사장은 어떤 곳일까?

단연 인원동원이 많이 되는 곳이다.

그래야만 많은 사람들은 만날 수 있고 눈도장을 여러 번 찍다 보면 그것이 각인이 되어 선거에 유리하다는 계산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 행사 저 행사 알음알음으로 찾아다니고 불려 다니다 보면 정작 얼마나 만족을 누릴 것인가. 축제를 하더라도 시민들의 감성과 정서에 만족감을 줄 수 있는 행사를 하도록 하자. 

나주시민의 날을 맞아 마련한 전국노래자랑의 경우 주관 방송사 자부담을 포함해서 1억6천만원이 넘는 사업비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더라도 그 자리에 모인 천여 명의 시민들이 만족감을 안고 돌아갈 수 있다면 그 역시 성과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이번 행사는 무대벽을 따로 설치하지 않고 금성관 전경이 그대로 방송에 노출돼 나주의 명소인 금성관을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고 현재 나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금성관 보물 지정 노력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이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하는 강인규 시장도 그 정도 투자한 만큼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에 무리를 해서라도 행사를 유치했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이 되는 것 한 가지는, 지금 전국의 지자체에서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확보하고 자치단체 살림을 하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에 단체장이 행사장만 찾아다니는 일정이라면 나주시 살림은 누가 하느냐는 것이다.

명분이야 관광객 유치, 지역홍보, 주민 문화욕구 충족 등을 내걸고 있겠지만 속내는 내년 선거를 앞두고 선심이나 부려보자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저런 축제와 체육행사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는 나주시나 이런 축제예산은 살려주는 시의회나 어쩌면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이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바쁠 때 놀고, 어려울 때 노는 것이 진정한 놀음인 것인지, 연일 쿵작거리는 축제판이 나주의 태평성대인 것인지, 그러는 사이 ‘소는 누가 키울 것인지’ 그것이 알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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