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나주 시내 한 음식점에서 대여섯 명의 남녀가 모여앉아 술을 마시면서 나주 도시재생을 화두로 얘기를 나누더란다. 그 자리에서 필자의 이름과 일본연수, 용역업체에 대한 얘기가 나와 귀를 기울이게 됐는데 가관이 아니더라는 것이다.

그들의 인상착의와 생김새를 듣고 보니 이렇다.

한껏 목청을 높여서 훈수를 두고 있는 남자는 희끗한 머리에 안경을 쓰고 있고, 그 앞에서 키 작고 안경 쓴 사람, 키 크고 안경 쓴 사람, 그리고 용역업체 직원들이라고 하는 여직원 등등 서너 명이 맞장구를 치고 있었는데 훈수 두던 남자가 그러더란다.

“김양순이 아무 힘도 없어. 지역신문 기자는 ×(남성의 신체부위)도 아냐. 무서워 할 거 없다니까...”
그러면서 주민들 사이에 찬반논란이 일고 있는 일본연수 건에 대해서는 “열 명 넘으면 무조건 가야돼. 4박5일 합숙하면 친해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한 몸이 되는 거야. 갔다 와서 기존 거 싹 다 없애버리고 우리가 주관하는 거야.”

용역사 여직원에게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지시를 한다.
“○○는 술로 잡고, 누구는 따라다니면서 어디 주라고 했다고 몸까지 주지 말고, 누구는 넘어왔으니까 확실하게 잡고...”

전하는 사람이 차마 더러워서 말로 옮기는 것조차 수치스럽다고 했다. 도대체 이런 작당을 하는 그들은 누구였을까.

분명한 것은 나주시 공무원과 도시재생센터 직원과 용역사 직원, 그리고 ‘똠방’ 노릇을 하고 있는 주민이었을 것이다.

나주시는 나주읍성권 도시재생 주민 20명을 대상으로 일본연수를 계획하고 있다. 총예산은 시비 2천만 원, 자부담 각 100만원씩 2천만 원 등 총 4천만 원이다.

나주읍성권 도시재생사업의 공식 민간파트너인 나주도시재생주민협의체는 지난 7일 운영위원회의를 열어 나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일본연수가 현실적으로 도시재생연수 보다는 외유성 관광일정인데다 참가자들이 각자 백만 원을 부담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들이 제시돼 일정과 방문지를 조정한 뒤 다시 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더구나 가뜩이나 바쁜 연말에 4박5일의 일본연수라니, 임원 상당수가 참여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의견과 함께 내년 초로 연기하자는 의견이 중론이었다.

이에 따른 나주시의 답변과 후속조치가 궁금하던 차에 일주일이 지나도록 가타부타 입장표명이 없자 필자가 직접 도시재생지원센터에 전화를 걸어 일정과 행선지가 어떻게 조정됐는지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을 했다.

하지만 센터측에서는 차차 밴드에 공개하겠다면서 요구를 묵살했다.
그러더니 결국 이런 작당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주읍성권 도시재생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났지만 무엇하나 이뤄놓은 것 없이 공염불만 하고 있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주민들의 참여와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한 채 소위 동네 똠방들의 훈수에 놀아나는 꼭두각시 행정.
‘똠방’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1990년도에 안방극장을 강타했던 미니드라마 ‘똠방각하(김원석 극본, 박복만 연출)’에서 비롯된 이 말은 최기인의 소설을 각색한 코믹스런 드라마다.

시골 좁은 바닥에서 안하무인으로 거들먹거리는 주인공을 통해 세태를 꼬집었던 이 드라마는 종영 이후 사회적으로 되먹지 못한 행세를 하는 사람을 ‘똠방각하’라고 부르게 만든 역할을 했다.

‘똠방’이라는 말은 원래 전라도 사투리인 ‘톰방거리고 쏘다닌다’는 말에서 온 말이다.

실속 없이 덜렁거리고 다니거나 아무데고 아는 체하고 나대며, 머리 보다 몸을 앞세우는 사람들, 무능력하면서도 마치 자신이 무슨 큰 능력이나 있는 것처럼 행세한다.

이런 ‘똠방’에게 완장이라도 채워주면 권력을 마음대로 교묘하게 휘두르는 이른바 ‘똠방각하’가 된다는 것이다.

똠방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런 똠방들에게 휘둘리는 공무원들은 무엇인가?

필자는 1992년 나주에서 지역신문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닫은 이후 도중에 5년 남짓 방송일을 하다 돌아온 것을 빼면 20년째 기자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연수와 기획탐방을 통해 전국에 일고 있는 마을만들기 열풍과 도시재생사업을 우리지역에서도 펼쳐보고자 하는 열망을 갖게 됐으면 실제로 7년째 나주읍성권 도시재생사업에 주민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몇 달 전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협동조합 성안사람들’이 행정정보공개 요청을 받았다.
김○○이라는 사람이 성안사람들이 나주시로부터 지원받은 사업에 대한 내역 일체를 공개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피청구인에게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하여 성안사람들이 애써 구상한 사업상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참여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비공개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런데도 나주시는 ‘최소한’이라는 전제를 달아 정보공개를 강행했다.

그러더니 또 며칠 전에는 나주시 감사실에서 사전 연락도 없이 성안사람들 사무실에 들이닥쳐 조사를 하고 갔다.

당시 성안사람들 사무실에서는 1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도시재생 수요조사에 대해 회의를 하는 중이었고, 감사실과 일자리정책실에서 나온 공무원 세 명이 필자를 조사하는 과정을 지켜보아야 했다.

필자는 함께 일하는 주민들에게 뭔가 떳떳하지 못한 일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 같아 몹시 불쾌했지만 성실히 답변했고 그 결과를 통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감사실 직원은 감사요청이 들어와서 조사를 나온 것이라고 했지만 알고 보니 김○○이라는 사람의 ‘똠방질’에 놀아난 것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김○○라는 사람이 나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 관계자와 충청도 어느 고을 한 동네 출신이라는 인연으로 몇몇 똠방들끼리 ‘아삼육(단짝을 뜻하는 강원도 사투리)’이라는 소문이 우연이었을까 싶다.

몇몇 개인이 저지르는 똠방질이야 어느 사회에나 있을 수 있는 적폐쯤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거기에 행정이 놀아나는 것은 큰 일 아닌가?

설상가상으로 밤이면 시장 노릇하는 사람들이 또 따로 있다 하니 도대체 나주사회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출 것인가.
 

전남타임스 후원

저작권자 © 전남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