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Juniperus rigida Siebold & Zucc. &구과식물강 구과목 측백나무과 향나무속의 상록침엽아교목

『노간주나무』의 속명 주니페루스(Juniperus)는 ‘젊다’를 뜻하는 주베니스(Juvenis)와 ‘분만하다’는 의미의 페리오(Perio)가 합성된 라틴어이다. 상록성인 향나무 속(屬)의 나무로 타태제(墮胎劑)를 만든 데서 연유한다.

분만 시에 자궁근육에 자극과 수축을 일으켜 분만을 유도하는 흥분작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소명 리기다(rigida)는 리기드(rigid, 딱딱한 바늘 잎)를 뜻하며, 영명도 침엽을 묘사하여 니들 주니퍼(Needle Juniper, 바늘 향나무)라 하였다.

서리가 내리고 가을빛이 한결 깊어지면 이제부터 잎 지는 나무들 사이로 겨울 숲의 주인공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동백·편백·사스레피·멀꿀·줄사철·가시나무 그리고 소나무와 나란히 긴 그림자를 끌고 수풀 속을 나서는 노간주나무들이다.

흔하고 수수한 외모를 가졌지만 속은 맑은 향을 간직한 귀한 성품을 지녔다. 중세의 연금술사들은 ‘현자의 돌’ 화금석(火金石)을 만들 때 부정을 씻어주는 향을 가진 노간주나무로 불을 피웠다고 한다.

노간주나무를 한자로 ‘노가자목(老柯子木)’이라 하였는데, 노인들이 오래된 굵은 가지로 도끼자루를 만들어 썼던 것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또 옛날에 도끼처럼 사용빈도가 높았던 도리깨는 손잡이부인 도리깨채와 타곡부(打穀部)인 도리깨발로 이루어져 있다.

도리깨채(枷)가 아버지라면 도리깨발은 아들(子). 휘추리로 쓰인 서너 개의 도리깨발은 보통 도리깨열나무라 부르는 물푸레나무를 깎고, 도리깨채를 쓸 땐 단단하고 탄력이 있는 노간주나무를 다듬었다.

나무가 물에 잘 썩지 않으며 질이 단단하고 유연하여 지팡이나 소쿠리 테를 만들기도 하였는데, 잔가지는 겉껍질을 벗기고 미끈한 심부를 아궁이불에 달궈가며 쇠코뚜레를 만들었다.

‘쇠꼬투레나무’는 또 늙어서 기품을 더해가는 ‘노송(老松)’이라 하고, 중국 고대 두(杜)나라의 소나무란 뜻으로 ‘두송(杜松)’이라 했으며, 가시 소나무의 뜻을 담아 ‘자아송(刺兒松)’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좀, 평강, 서울 등의 접두사가 붙는 몇몇 종이 있으며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변노간주나무는 산림청이 지정한 희귀멸종위기식물이다.

노간주나무는 한반도가 분포중심지이며 일본, 중국, 몽골 등지에 자생한다.

꽃은 4~5월에 2년생 가지의 잎겨드랑이에 구화수(毬花穗, 공 모양의 꽃 이삭)로 달리며 수꽃은 황갈색 암꽃은 녹색이다.

암수딴그루로, 초록 열매는 해를 넘겨 이듬해 10월에 검붉게 익는다.

이 열매를 「두송실(杜松實)」이라 하여 약으로 쓴다.

광노화(光老化)에 의한 주름생성 억제활성을 보이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약리실험에서 건위작용, 거담작용, 항균작용, 이뇨작용이 밝혀졌다.

방광과 요도의 병을 치료하고 부종을 내리며 류머티즘관절염, 통풍, 신경통을 치료한다. 노간주나무·소나무 등 침엽수와 로즈마리·세이보리 같은 허브류에서도 발견되는 정유는 주성분이 알파 피넨(α-pinene)으로써 오존과 반응하여 공기를 맑혀주므로 폐 기능을 개선하고 물질대사 능력을 증강시키며 대뇌피질을 자극하여 집중력과 학습효과를 높여준다.

이 열매를 완전히 익기 전에 따서 한두 달 소주에 담가두었다가 걸러내면 향기로운 진(Gin)의 풍미를 맛볼 수 있는 두송주(杜松酒)가 된다.

노간주나무는 메마르고 척박한 땅에서 자란다.

혹한을 견디며 불모의 환경에서도 씨를 맺는다.

천근성의 뿌리를 가졌지만 특유의 유연성을 발휘하여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암반 틈새며 산비탈, 지른 절벽을 가리지 않고 모래와 자갈의 사력지대(砂礫地帶)를 지켜낸 나무다.
유난히 햇빛을 좋아하지만 참나무 숲 지붕 아래서도 잘 적응하며 살아간다.

하늘을 찌르는 로켓 수형에 줄기마다 작고 날카로운 잎을 빽빽하게 세워 각각 세 방향의 허공을 찌른다.

밖으로 부정을 막고 안으로 맑은 향기를 품는, 거친 동물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꽃말)’하고 새들을 풀어 종자를 산포하는, 강단진 생존전략의 상록수다.

<레 미제라블>의 빅토르 위고는 "주름살과 함께 품위가 갖추어지면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하였고, 스위스 작가 앙리 아미엘은 "어떻게 늙어갈지를 아는 것은 지혜의 걸작이며, 삶이라는 위대한 예술에서 가장 어려운 장르"라고 하였다.

향나무는 늙어갈수록 품위가 더해지고 노간주나무 향은 한겨울에 더욱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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