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알다가도 모르겠다. 결혼생활을 잘 하던 주인공 영혜가 정신병원에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간 것을 보며 ‘인생이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구나.’ 하는 겸손함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 '채식주의자’는 2016 맨부커 상을 받은 수상작이다. 맨부커 상은 1969년 영국의 부커-맥코넬사가 제정한 문학상으로 해마다 지난 1년간 영국연방국가에서 출간된 영어 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을 쓴 작가에게 수여하는 영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으로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상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서 약간 부정적이면서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일상생활의 정상궤도에서 벗어난 주변의 기억들을 생각하며 다른 사람의 흐름에 이끌려 나의 스타일대로 간 건지 그렇지 않은 건지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은 저마다의 살아가는 스타일이 있는데 나이 40대에 들어서니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살아가는 것이 후회 없는 삶이 될 거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반인륜적인 행동인 금기시되는 것을 하게 되면 그 결말은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것을 보면서 삶이란 가야할 정도를 걸으면서 가야하는 거구나 하는 충고를 해주는 것 같았다.

읽으며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책이였고 왜 이런 책을 썼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 책이였다.

독자마다 받아들이는 관점이 다르겠지만 각자의 관점대로 이 책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내용은 세 파트로 나누어지는데 첫 번째 파트는 ‘채식주의자’로 주인공 영혜가 결혼생활을 잘하다 어떤 이유로 채식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꿈에 뭔가 나타난다고 하면서 고기를 먹지 않고 다 버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가족들의 모임에 영혜의 친청아버지가 고기를 억지로 먹이려고 하다 영혜는 손목을 그어버리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고 병원에 실려 간다.

그다음 두 번째 파트는 ‘몽고반점’으로 영예의 언니 인혜가 자기 남편에게 영혜의 엉덩이에 몽고반점이 있다는 말을 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영혜의 형부는 예술가로서 비디오 아티스트이다.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려는 욕망으로 처제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고 그것을 수락한 영혜로 인해 예술적 작품을 완성하려다보니 결국 성관계를 맺게 되고 그것을 영혜의 집에서 비디오로 목격한 언니 인혜는 정신병원에 전화를 하여 둘을 입원시킨다.

마지막 파트 ‘나무불꽃’에서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영혜에게 병문안 가는 인혜의 모습으로 시작하는데 병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영혜는 언니 인혜에게 퇴원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들어주지 않고 계속 병원생활을 하게 되고 결국은 인혜가 영혜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장면으로 내용이 끝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생각난 노래 제목은 비틀즈의 ‘Let it be'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자기가 하고 싶은 데로 놔두며 시간을 두고 기다려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채식을 한다는 이유로 남편과 친정부모 그리고 언니가 육식을 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가족을 해체시키고 여러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내용을 보면서 자신의 스타일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것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하는 메시지 또한 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가부장적인 폭력과 어린 시절 자기를 문 개를 아버지가 차에 매달고 개거품 물고 죽을 때까지 끌고 다니고 그 개의 고기를 먹은 기억이 채식을 하게 된 계기가 되는데 어린시절의 기억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무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영혜가 병원에서 거꾸로 물구나무 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나 생각한다.

내용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영혜와 인혜는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는데 그 몫은 독자의 상상에 맡기고 있다.

그런데 ’몽고반점‘은 형부와 처제의 반인륜적인 행위가 나오는데 이상 문학상을 받았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심사위원의 안목이 아니니 아이러니 하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소설임에 틀림없다. 작년에 작가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의 ’물에 잠긴 아버지‘를 재미있게 읽었고 ’채식주의자‘ 또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소설은 글자 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 매력 속으로 시간이 나면 빠져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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