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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사람들인가?
2018년 01월 12일 (금) 11:24:14 김양순 기자 ysnaju@hanmail.net
   
▲김양순 편집국장

오래 전에 본 외국영화 중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He has me on a short leash.” 단순히 그 뜻을 직역해보면, “그는 내 목줄을 꽉 잡고 있어.”가 된다.

그런데 자막에서는 “나는 그 사람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사람이야.”라고 나왔다.

번역하는 사람이 꽤 언어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문득 이 대사가 생각나는 나날이다.

나주시 주간업무계획을 살펴보다 우연히 우리 동네와 관련된 사업계획을 발견하게 됐다.


‘나주읍성권 도시재생 활성화구역 기본 및 실시설계에 따른 주민설명회’가 12일 오후에 금남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린다는 내용이다.

우리 동네와 관련된 내용이고, 더구나 지난 몇 년 동안 공들여 온 나주읍성권 도시재생과 관련된 내용이라 당연히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공지가 되고 나주읍성권 3개 동 주민자치위원들과 도시재생 관련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단체 등에 공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행사가 열리기 이틀 전까지도 아무런 참석요청이 없고, 나주시가 지정한 참석대상은 서성문~풍년상회 구간 지역통장 및 주민, 관련단체, 관련부서 공무원 등 50명이었다.

뒤늦게 설명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나주도시재생주민협의체 밴드에 올리고 보니, “금남동 주민만 참석하는 것이냐”, “읍성도시재생 마중물이 될 수 있는 사업이며 이제껏 용역만 하고 첫 삽 뜨는 건데 당연히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하는 의견들이 올라왔다.

그렇다.

그날 설명회 주요내용은 읍성권내 특화가로 조성사업과 물길조성관련 사업, 빈점포 활성화계획, 서성문~풍년상회 구간 차량통행방안 협의 등 의견수렴을 위한 자리인 만큼 나주읍성권 주민뿐만 아니라 나주 원도심의 지형을 바꾸는 일에 관심 있는 시민들의 참석을 독려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나주시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마치 여러 사람 몰려와서 시끄럽게 하면 골치 아플 듯하니까 몇 사람만 와서 조용히 끝냈으면 좋겠다는 듯이.

아예 드러내 놓고 시민들의 참여를 훼방하는 경우도 있다.

LG화학 나주공장 증설과 관련해 9일 오후 나주시청에서 경관위원회가 열렸다. 안건은 LG화학 나주공장 내 개발행위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내용이었다.

나주시민들의 관심사는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LG화학 나주공장이 화학원료를 다루는 공장을 증설하는 것이 시민들에게 유해할 것인가 여부를 놓고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데, 경관에 대한 문제는 다소 동떨어진 사인이라는 점에서 의아해 하는 분위기였다.

이같은 관심사를 살펴보기 위해 필자가 취재를 가 있는 상황에서 나주지역 시민단체 회원 10여명이 부리나케 들이닥쳤다.

“한 시간 전에 나주시 총무과에서 경관위원회를 안 하기로 했다고 통보를 해 놓고 지금 하고 있는 이유가 뭐냐?”며 대뜸 고성이 오가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영문을 모르는 위원들은 “왜 우리가 당신들에게 질타를 받아야 되는 것이냐?”며 불쾌해 했다.

결국 이날 자문위원회는 시민단체 관계자의 사과를 받는 선에서 유보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적은 힘을 들여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의 기회를 놓쳐 큰 힘을 들이게 된다는 뜻이 아닌가.

시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안에 대해서 자유롭게 방청을 하도록 내버려두었으면 될 것을 주무부서도 아닌 다른 부서에서 나서서 ‘오지 않아도 된다’ 문자를 날려 서로 낯붉히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회의를 주재하는 위원장 조재윤 부시장마저도 나주시가 이날 위원회를 유보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으니, 도대체 나주시는 누구에 의해 움직이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그렇다.

나주시는 아직도 시민들이 오라 하면 오고, 가라 하면 가는 ‘로봇’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주시장이 새해를 맞아 읍면동을 순회하며 주민과 대화를 하는 행사에 대해서는 섣달그믐부터 문자를 보내 참석을 득달하면서, 정작 시민들의 관심사와 나주시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 사안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참여를 차단하고, 무슨 무슨 위원회, 입안에 혀처럼 부릴 수 있는 몇몇 사람들만을 내세워 행정을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나주시가 좀 더 귀를 활짝 열고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행정을 펼치길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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