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지역에서는 진즉부터 수많은 출마예정자들이 표심의 바다를 향해 달려나가기 위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마음은 굴뚝같겠지만 예비후보등록을 하기 전까지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수면 아래서 부지런히 발길질을 하는 것뿐이다.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예비후보자들은 2월 13일, 광역의원과 시의원 및 시장 선거 예비후보자들은 3월 2일, 군 단위 예비후보자들은 이보다 한 달이 더 늦은 4월 1일 예비후보자등록을 한 뒤에야 수면 밖으로 뛰어나올 수 있다.

반면, 현역 지자체장들은 현직 프리미엄이라는 게 있다. 바로 ‘주민과의 대화’다.

예전과 달리 선거법 위반 시비가 예상돼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주민과의 대화는 현직을 활용한 최대의 홍보 기회인만큼 포기하는 단체장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합법적으로 얼굴도 알리고 조직도 점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그러니만큼 주민과의 대화는 말 그대로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소통하는 자리가 되어야 했다. 당연히 주민의 의견을 최대로 듣고 최대로 반영해야 한다.

시민의 목소리는 작고 단체장의 말만 많은 대화라면 의미가 없다. 

그런데 이 주민과의 대화도 자치단체마다 격이 다르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김성환 광주 동구청장은 13개 동을 순회하며 주민의견을 접수 받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진행시간을 대폭 단축하고 방식도 간소하게 진행했다는 풍문이다.

주철현 여수시장은 시가 주도하는 시민과의 대화는 선거법 위반소지가 있다는 선관위의 해석에 따라 아예 주민이 주도하는 ‘주민 주도 토론회’로 행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이처럼 지자체장들이 주민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주민과의 대화는 선거일 60일 전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하필, 나주에서는 ‘주민과의 대화’가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읍면동장들의 충성경쟁 덕분인지, 새해벽두 엄동설한에 150~200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대화의 장을 찾아 연일 성황을 이뤘다.

계속 터지고 있는 AI(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공무원들이 밤낮으로 초소 비상근무에, 살처분 현장동원까지 되고 있는 마당에 읍면동에서는 주민과의 대화 행사를 치러내느라 초비상이다.

그러던 한 대화 행사장에서의 일이다. 장시간에 걸친 강 시장의 업무보고에 이어 읍면동장의 보고 중 결정적 한 마디 “우리지역에 이렇게 많은 사업을 하게 해준 시장님께 박수 한 번 보내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연세 지긋한 어르신도 마이크를 잡더니, “집안에 어려운 일을 당하시고도 불철주야 고생하신 덕분에 나주시 인구가 15만이 되고 1조 예산을 앞두고 있으니 박수 한 번 보내드립시다.”

이 맛에 연두순방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다.

물론 행사장을 찾는 주민들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지역현안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 묻고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는 격조 있고 수준 높은 질문도 많았다.

거기에 비하면 동문서답이 많았지만 지금은 지방선거정국이라는 점에서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나주시는 새해벽두부터 공직자 음주운전에 호남권 친환경농산물종합물류센터 누수사고, 면 직원의 어이없는 실수로 멀쩡한 주민 37명이 6개월 동안이나 사망자로 등록되었다가 살아나는 해프닝을 겪었다.

결국 공직기강확립 대책회의가 소집됐다. 소집자는 조재윤 나주부시장. 언제 물러날지 모르는 AI(조류인플루엔자) 방역초소근무와 살처분 현장동원에 전 행정력이 동원되고 있는 여건 속에서 그 어느 때 보다 엄정하게 공직기강을 바로잡을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속내는 강 시장이 재선체제에 들어가 행정을 돌 볼 겨를이 없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임기말 ‘레임덕’을 막아보자는 의미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기왕 이렇게 된 바에는 행정의 누수현상이 들통 나지 않게, 여기저기 언론이며 SNS에 올려져 시민들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게 제대로 하든지, 철저하게 감추든지...

그러던 와중에 이번에는 화물사업자가 임대한 땅에 주차해둔 멀쩡한 대형화물차 7대를 끌고 가서 그 중 넉 대를 폐차해버리는 행정을 했다한다.

어처구니없는 행정으로 시민에게 수억 원의 재산 피해를 입히고도 ‘나 몰라라’ 하는 나주시의 행태에,  요즘 아이들 말로 ‘헐~’이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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