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존 석축 허물고 금성교 이설해야 홍수조절 사업 등 가능&시민사회…문화재급 석축·금성교 원형보존만이 나주천 살리는 길

나주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한 사업이 다시 추진된다.

하지만 100여년 전에 설치된 석축과 금성교 등 기존 문화재급 시설물들에 대한 존치여부를 놓고 행정과 시민사회의 줄다리기도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21일 전라남도가 주관한 나주천 하천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주민공청회가 금남동주민센터 3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전라남도와 나주시는 용역사의 설계를 바탕으로 기존의 석축을 허물어 하천폭을 넓히고 금성교를 이설해야만 하천 준설 등 홍수조절기능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즉, 100년을 기준으로 홍수에 대한 치수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계획홍수량을 228㎥/s로 하고, 계획홍수위를 36.70~68.87EL.m로 맞추기 위해 하천바닥을 준설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참석자들은 100여년 전에 조성된 문화재급 시설물들을 훼손하면서까지 나주천 확장공사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나주도시재생주민협의체 박경중 회장은 “나주천은 1938년도에 실시된 개수공사 당시 조성된 축대가 그 정교함과 견고함, 예술성 등이 인정되어 문화재청으로부터 금성교, 중앙교와 함께 원형이 보존돼야 한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고 전했다.

향토연구가 윤여정 씨는 “나주천은 1530년도에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 산천조에 학교천(鶴橋川)과 학교(鶴橋)라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으며 과거 김선, 백호 임제 등의 문학작품에도 소개되고 있는 유서 깊은 곳”이라면서 “나주읍성의 역사문화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만큼 금성교의 원형을 보존하는 것이 원도심의 가치를 살리는 길”이라고 이설복원을 반대했다.

금남동 주민 김 아무 씨도 “1910년도에 개설된 옛 금성교 돌다리는 목포에서 신의주까지 연결되는 국도1호선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기념비적인 역사유물로서 의미가 크다”고 주장하며 “다만, 1982년도에 금성교 위에 새로운 다리를 가설하면서 그 본모습이 다리 밑에 숨겨져 사람들이 볼 수 없기 때문에 원형을 바로 인근에 이전 복원함으로써 시민들에게 그 가치를 알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주민 이 아무 씨는 “나주천을 생태하천으로 만들어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옛 금성교는 이전복원하고 석축 해체를 하는 것도 무방하다”는 의견과 함께 “나주천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결정하자”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논쟁은 나주천 관리청인 전라남도가 지난 2010~2015년에 실시한  나주천 수해상습지 개선사업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사업계획으로는 사업비 330억원을 들여서 저수호안, 둔치정비, 교량재가설, 천변저류지와 주민편의시설인 수변공원, 생태탐방로, 쉼터, 정자, 주차장 등 공사를 통해 도심 내에 생태친수공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석축과 금성교 존치여부를 두고 시민사회가 반발하면서 도심권 주요사업들이 중단되고 일부 사업비가 반납된 채 마무리 됐다.

이런 가운데 나주시는 지난해 환경부에 나주천 생태하천복원사업을 신청하면서 국비와 시비 각각 50%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277억원 규모의 사업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13일 나주천 생태하천복원사업을 위한 실시설계용역 발주에 나섰다.

삼도동~경현동 일원 6.88km에 대한 측량조사와 지질조사, 실시설계 등의 명목으로 용역비가 17억원에 이른다.

이번 용약에서는 나주천을 비롯해서 경현천과 한수천 등 지류 소하천에 대하여 생태하천복원사업을 시행함으로써 하천의 3대 기능인 이수·치수·환경을 조화롭게 함은 물론 하천기본계획사항을 반영하여 치수안전성을 확보하고 나주읍성을 가로지르는 나주천의 수생태계 건강성 회복과 고유한 역사ㆍ문화ㆍ생태관광자원과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사람과 수생태계가 함께 공유하는 생태하천을 복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나주천은 민선단체장이 들어설 때마다 ‘사계절 물이 흐르는 도심하천’을 표방하며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여전히 더럽고 메마르고 냄새 나는 도심 속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한 동안 영산강의 물을 끌어들여 나주천의 상류인 백민원 여수토 아래 지점으로 흘려보냄으로써 나주천의 수위를 유지해 왔지만, 영산강의 하류부 죽산보 개방으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물을 끌어들이기 어렵게 되자 물길은 좁아지고 하천 가득 잡초만 무성한 상태로 남아있는 것.

결국 나주천 건천화를 막고 홍수도 예방하면서 시민들이 다가갈 수 있는 도심하천을 만들기 위해서는 행정주도만으로는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묘책을 찾기 위한 민관전문가 참여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시민사회에서 일고 있다.
/ 김양순 기자 jntimes@jn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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