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Diospyros lotus L.&쌍떡잎식물강 감나무목 감나무과 감나무속의 낙엽활엽교목

『고욤나무』의 속명은 감나무와 동일한 디오스피로스(Diospyros)이다. 고대 그리스의 신 제우스를 뜻하는 디오스(dios)와 과일 또는 곡물의 의미인 피로스(pyros)의 합성어이다.

감은 ‘신의 과일’로 부를 만큼 유용한 자원식물임을 말해준다.

종소명 로투스(lotus)는 ‘연꽃’을 지칭하는데 고대로부터 번식이나 출생, 성별, 순결, 환생, 점성술, 태양 등의 상징성이 투영된 것.

로마인에게 리비안 로투스(Lybian lotus)로 알려져 있는 로투스나무(lotus tree)는 검게 익어가는 체리 같은 열매를 맺는다는 점에서 고욤과 유사하다.

고욤나무는 6~7월에 종지 모양의 담황색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아래를 향해 한 개씩 달린다.

암수딴그루(雌雄異株)이며 암꽃은 10월에 황갈색에서 검은 빛으로 변하는 직경 1.5cm 정도의 작은 열매를 맺는다.

고욤나무는 감나무와 마찬가지로 한반도 자생식물이 아니다.

자연분포가 아닌 사람 손에 의해 전파된 인공분포기원(人工分布起源) 종으로, 주로 마을 근처나 계곡, 산기슭, 구릉지에서 발견된다.

고욤나무는 동아시아에서부터 중동을 거쳐 스페인까지 넓게 분포하며 한반도는 중부지방 이남에서 청고욤나무(var. glabra Makino)와 함께 2종이 자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욤나무는 수령이 약 250년인 충청북도 보은군 회인면 용곡리 우래실 소재의 당산나무이다.

높이 18m, 가슴높이 둘레 2.83m, 수관 폭 사방 22m인 이 나무는 2010년에 천연기념물 제518호로 지정되었다.

감나무 중 야생에서 종종 만나는 돌감나무(산감, 똘감)는 품질을 개량한 일반 감나무의 원조 격이다.
육종된 감나무의 씨를 심으면 그 우량한 품종의 형질은 사라지고 돌감나무인 야생상태로 돌아간다.

돌감은 탁구공만하여 육종 개량한 감보다 훨씬 작고 씨가 많으며 떫어서 수확 목적으로는 맞지 않다.

더구나 참새알만한 고욤은 그 돌감에도 차마 댈 바가 못 된다. 이 왜소하고 초라한 고욤나무는 그러나 지상의 모든 감나무들에게 자신의 건강한 유전자를 전하고 젖을 먹이며 화려한 실과를 맺어주는 대모(代母)의 소임을 맡았다.

기왕 육종된 감나무가 자신의 우량형질을 잘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른 유실수들처럼 접을 붙여 무성번식을 해야 하는데 그 밑나무는 예의 견고하고 검질긴 고욤나무라야 한다.

이를 ‘감접’이라 한다.

우리말 어원이 불확실한 ‘감쪽같다’를 ‘감접같다’에서 찾는 것도 접을 붙인 부분이 이듬해엔 흔적도 찾을 수 없을 만큼 감쪽같기 때문이라 한다.

그리하여‘고욤나무’라는 이름은 한 식구인 같은 속(屬)의 감나무를 끼우거나 받쳐서 고정하는 ‘고임 나무’의 소용에서 왔을 것이다.

한편 감을 일컫는 옛말인 ‘곧’이 → 골 → 골옴 → 고욤으로 변했다고도 하였다.

고욤나무는 감이 아주 작아 소시(小?)이고 대추알만한 것이 거뭇하게 익어 흑조(黑棗)이며 그것이 또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므로 연조(軟棗)라 하였다.

우내시(牛??· 牛??)라고도 적는데, 우내시의 ‘?’와 ‘?’는 젖 또는 유모(乳母)의 뜻이 담겨있다. 고욤나무가 새 접가지를 영양하는 젖줄이자 어미역임을 잘 설명한 한자이다.

또 「군천자(?遷子, 생약명)」는 고욤나무의 열매를 말한다.

맛이 달고 떫으며 성질은 서늘하다. 심장으로 귀경하여 불면증, 두통, 번열을 없애고 설사, 각기, 방광염, 소갈증을 해소하며 꼭지로는 구역과 딸꾹질을 멎게 한다.

옛말에‘고욤이 감보다 달다’헸다. 작은 것이 큰 것보다 오히려 실속 있고 질이 좋을 때 쓰는 말이렷다.

비슷한 일의 경험을 통해서 어떤 일을 잘하게 됨을 이르는 속담으로는 ‘고욤 맛 알아 감 먹는다’가 적절하고, 조금 힘이 들더라도 그만한 일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뜻에‘떫기로 고욤 하나 못 먹으랴’가 있다.

또 수적으로 많은 것보다 질적으로 우수한 편이 낫다는 의미로 ‘고욤 일흔이 감 하나만 못하다’했다.
모두 볼품없고 떫으며 작고 못난 것을 괴어 곱고 달고 크고 우수한 것으로 떠받쳐주는 접그루다운 면모를 잘 보여주는 경구들이다.

하나가 그루터기로 내려앉으니 하나는 꽃가지로 올라앉고 하나가 사뿐히 보선발로 받드니 하나가 나긋이 댕기머리로 따르는 가운데 어언 아름드리나무가 된, 고욤은 평생 해로한 착한 부부처럼도 감쪽같다.

 

 

전남타임스 후원

저작권자 © 전남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