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국장 김양순

6.13지방선거전이 본격화 되면서 후보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선거는 두 달 남짓 남았지만, 본선에 버금가는 민주당 경선이 오늘 낼 하고 있는 요즘, 후보들은 ‘사즉생(死卽生)’의 심정으로 표밭을 갈고 다니고 있다.

어쩌다 이순신 장군이 난중일기에 남긴 ‘生卽死 死卽生(생즉사 사즉생,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라는 말이 선거운동 용어가 됐는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일임에 틀림이 없다.

필자의 경험이지만 선거는 참 어려운 일이다. 어떤 단체에 참여하게 됐는데 대표를 뽑는 자리에 내 이름도 추천이 되어 난데없이 선거를 치르게 됐다. 3분 정도의 소견을 얘기하고 투표용지가 돌아가는데, 그 긴장되는 순간이란...

그리고 개표가 됐는데 ‘13 대 8’이라는 결과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기대하지 않았다면 미련도 없어야 할 터인데 그 잔상은 꽤 오래 갔다. 나를 찍어 준 그 여덟 명은 나의 어떤 면을 보았던 것일까, 상대후보를 찍은 열세 명은 나의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일까?

초등학교 시절 반장선거에 떨어진 딸의 경험담도 생각이 났다. “투표용지를 받고 막상 이름을 적으려는데 내가 내 이름 적는다는 게 염치없는 것 같아서 친구의 이름을 적었는데 한 표 차이로 떨어질 줄 몰았다”는... 어쩌면 이런 것도 유전이 되나?

그런데 요즘 나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선거판을 보면, 도대체 누가 후보이고, 누가 운동원인지 알 수가 없다. 연일 페이스북이며, 밴드에 올라오는 후보들의 활약상을 보고 있으면, 평소 알고 있던 그 후보의 깜냥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글들이 쏟아지고, 심지어는 “과연 이 말의 의미를 알고는 있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내용들도 수두룩하다.

최근의 선거를 보면 예전선거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났다. 기존에는 후보들과 한 집안사람이거나, 한 동네, 한 학교 출신이거나, 동네에서 형님 동생 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선거진용이 꾸려졌는데 요즘은 아예 외지에서 전문선거기획자들이 몰려와서 기술적으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는 양상이다.

SNS를 이용한 댓글전쟁에서도 지역사람들끼는 차마 하기 어려운 얘기들을 스스럼없이 해대고 있다. 숫제 우리가 또 볼 일 있느냐는 식이다.

능력과 기술이 부족한 후보를 대신해서 선거공약을 만들어 주고, 그럴싸한 홍보물을 만들어 각종 SNS에 뿌려주고, 심지어 상대후보를 공략하거나 자신의 약점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서슴없이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입’ 노릇까지 자청하고 있다.

여기에 후보들은 돈을 지급하고 혹, 나중에 사업이나 자리를 내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옛날 통치방식 중에 섭정(攝政)이라는 게 있다. 군주(군왕)가 통치하는 국가(군주국)에서 군주가 아직 어려서 정무를 수행할 능력이 없거나 병으로 정사를 돌보지 못할 때 국왕을 대신해서 통치권을 받아 국가를 다스리던 사람이나 그 일을 가리킨다.

동양에서는 황태자나 왕세자가 다스리는 것을 대리청정, 황태후나 대왕대비 등 여자들이 다스리는 것은 수렴청정 그리고 신하 중 고명대신인 대신이 다스리는 것 또는 그 대신을 섭정승(攝政丞)이라 한다.

조선 왕조의 대표적인 섭정승은 단종을 예로 들 수 있다.

단종은 12세의 어린 나이로 즉위했으나 수렴청정을 해줄 왕대비나 대왕대비가 부재하여 좌의정 김종서가 정사를 돌보았고 뒤이어 왕숙 수양대군이 영의정으로서 정사를 돌보았다. 그러다 결말은 어땠는가? 단종애사가 가슴 아프다.

고종은 어떤가. 양어머니이자 대왕대비였던 삼종숙모 신정익황후 조씨의 1년 동안 수렴청정 이후 9년간 친아버지 흥선대원군의 섭정승을 받았다. 그러면서 조선을 몰락해갔다.

이와는 달리 연산군의 경우 19세에 즉위하고 영의정 이극배가 섭정승 하였으나 명민한 덕에 즉위한지 불과 3개월 만에 일찍 친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중종도 마찬가지, 19세에 즉위하고 우의정 박원종이 섭정승하였으나 명민한 덕에 즉위한지 불과 1년 만에 일찍 친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청나라 순치제, 동치제, 선통제의 예까지는 들지 않겠다.

또 서양에서는 신성로마제국의 프란츠 1세 황제의 황후인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이 몸이 약한 남편을 대신해서 대리청정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시민들의 요구는 날로 복잡다난해지고, 혁신도시와 원도심 유권자들의 천양지차인 나주에서는 무한잠재력의 단체장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일단 당선되고 나서 부족한 부분은 사람 들여서 채우면 된다?

며칠 전 식사모임에서 절친하게 지내던 한 공무원 선배가 했던 말이 귀에 남는다.

“선거를 치러서 당선된다는 것은 그 누가 뭐라 해도 대단한 것이다. 학벌과 능력이 짧네, 기네 하더라도 일단 선거에 이긴 단체장을 모시고 일하는 것이 공무원이 할 일이다.”

공무원으로 지극히 당연한 얘기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시민의 입장에서는 될 만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 할 만한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 끝나면 우르르 짐 싸들고 흩어질 그런 기획자들의 허울 좋은 말장난을 잘 가려내는 것도 현명한 유권자의 몫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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