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찬반논란 속 우유부단한 행정에 충남 서산으로 발길 돌려

나주시에 공장 증설 승인요청 8개월째 “승인 기다리다 손해 막급”

▲ LG화학이 나주공장에 추진하기로 했던 ‘고부가 첨단소재 연구·개발센터’ 및 ‘친환경 가소제공장’ 증설계획을 취소하고 이를 충남 서산시에 있는 대산공장에서 추진하기로 했다.<사진출처 : LG화학 홈페이지>

LG화학이 오는 2022년까지 2300억원을 투자해 나주공장을 고부가 친환경사업장으로 조성하려던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대신 이 사업을 충남 서산시에 있는 대산공장으로 옮겨 추진하기로 했다.

LG화학 나주공장은 지난 5월 25일 나주시에 제출했던 ‘고부가 첨단소재 연구·개발(R&D)센터’ 및 ‘친환경 가소제공장’ 증설 승인신청을 취하했다. 지난해 9월 25일 신청서를 제출한 지 만 8개월만이다.

나주시는 8개월 동안 끌었던 승인신청 결정과는 달리 단 4시간 만에 취하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이 본사 차원에서 나주공장에 설립하려고 했던 고부가 첨단소제 R&D센터는 석유화학제품의 주요 기초원료, 무기소재, 미래 유망소재 분야의 원료가 되는 신물질을 집중적으로 개발할 예정이었다.

이를 통해 기초소재 분야의 신제품 개발속도는 빨라지고, 원료에서부터 최종 제품까지의 수직계열화 체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아울러 친환경 가소제공장의 생산능력을 연간 30만t 규모로 늘려 향후 연평균 8%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돼 현재 6200억원 수준인 나주공장 매출을 오는 2022년 1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었다.

LG화학측은 이번 투자로 나주공장을 국내 최고의 고부가 친환경 사업장으로 집중 육성하고, 차별화된 제품과 원가경쟁력을 갖춘 고부가 제품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 사업구조를 더욱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었던 것.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가 공장증설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나주시가 8개월 동안이나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사이 LG화학측은 사전계약 돼 있던 다른 업체들과의 납품약속을 지키지 못해 손해가 커지자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나주공장 대신 충남 서산시에 있는 대산공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됐다고 밝혔다.

LG화학측은 기초소재 분야의 사업구조 고도화와 기존사업의 경쟁력·시장 지배력 강화를 통해 현재 3조원 규모인 고부가 제품 매출을 오는 2020년까지 7조원으로 늘리는 중장기전략을 세우고 고부가 친환경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중에 나주공장에서 발목이 잡히게되자 계획을 변경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나주공장이 기존방식의 화학공장에서 한걸음 나아가 고부가 친환경사업장으로 바꿔나가려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현재의 나주공장 입지는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나주공장의 존폐문제로 확산될 전망이다.

반면, LG화학 대산공장의 경우 지난 2016년 약 4천억원을 들여 축구장 8배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엘라스토머(고무와 플라스틱의 성질을 모두 가진 고부가 합성수지) 공장 증설을 이끌어 낸 데 이어, 이번에 나주공장에서 건너 간 2300억원 규모의 친환경 가소제공장까지 끌어안게 됨으로써 국내 최강의 미래형 사업구조를 구축하게 됐다.

한편, 나주의 일부 시민단체가 LG화학 나주공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LG화학은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1분기에 ▲매출액 6조5,536억원 ▲영업이익 6,508억원 ▲순이익 5,527억원의 경영실적을 달성한 가운데 기초소재부문이 매출 4조3,591억원, 영업이익 6,369억원을 기록한 것.

이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LG화학이 과감한 선제적 투자를 통해 상대적으로 기술격차가 높은 고부가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데 반해, 나주시와 지역사회가 화학공장에 대한 막연한 불신감으로 “넝쿨째 굴러들어온 호박을 걷어찼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김양순 기자 jntimes@jn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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