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K는 얼마 전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남들은 하나, 둘도 못하는 지원사업을 끊임없이 척척 해내는 어떤 이에게 자신도 동네에서 사업을 하나 해보려고 하는데 도무지 밑구멍이 안 보인다는 하소연을 한 것이다.

그러자 대뜸 그 능력자인 양 하는 사람이 “공무원 K를 만나보라”고 귀띔을 해준 것이다.

“공무원 K, 그 사람 업무도 아닌데 해 줄 수 있겠어?” 반문하니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곰곰이 생각하니 공무원 K, 그 사람이 평소 누구와 어울리고, 그 어울리는 이의 아버지는 동네 다방가에서 수염만 쓰다듬고 앉아있어도 계란 노른자 띄운 쌍화차부터, 냉커피, 담배보루에 점심대접까지 거나하게 받던 지역유지고, 그 유지의 깨복쟁이 친구들이 한마디로 나주바닥에서 ‘내로라’하는 원로들이었던 것이다.

평소 원로인 양 하는 어른들과 교유하면서 선거기간이면 그 어른들이 유력한 후보자들 사무실을 드나들며 고문 내지는 자문역을 하며 교두보 역할을 하고, 그런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공무원들은 자신이 줄을 서는 후보에게 자연스럽게 눈도장을 받게 되는 뭐, 그런 사슬이 엮어지는 것인가.

그런 저런 동상이몽으로 평소에는 공부모임, 동아리모임, 문화모임 등으로 인연을 유지하다가 선거기간에는 숨은 조력자가 되었다가 요행대로 줄섰던 후보가 당선이 되면 빛나는 ‘아우라(감히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를 내뿜으며 임기 4년을 호가호위(狐假虎威 ; 여우가 호랑이의 힘을 빌려 거만하게 잘난 체하며 경솔하게 행동하는 것)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유래는 의외로 깊고 심오하다.

초(楚)나라 선왕 때 소해휼이라는 재상이 있었는데, 한, 위, 조, 제나라가 한결 같이 소해휼을 두려워하였다. 선왕이 신하들에게 물었다. “듣자하니 북쪽의 여러 나라들이 모두 소해휼 재상을 두려워한다고 하는데 어찌 된 일인가?”신하들 가운데 누구 하나 제대로 대답을 못 하고 있는데 강일(江一)이 대답했다.

“호랑이가 모든 짐승들을 잡아 먹이로 하다가 하루는 여우를 잡았습니다. 여우가 (죽지 않으려고)말했습니다. ‘그대는 감히 나를 먹지 못할 것이다. 천제께서 나를 온갖 짐승의 우두머리로 삼았으니, 지금 나를 먹으면 천제의 명을 거스르는 것이 된다. 나를 믿지 못하겠다면 내가 앞장설 테니 내 뒤를 따라와 봐라. 나를 보고 감히 달아나지 않는 짐승이 있는가 보아라.’ 호랑이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여우와 함께 갔습니다. 짐승들이 보고 모두 달아나기에 바빴습니다. 호랑이는 짐승들이 자기를 두려워해 달아난다는 것을 모르고 여우를 두려워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왕께서는 지금 국토가 사방 5천 리, 군사가 백만인데 이를 소해율에게 맡겼습니다. 그러므로 북방의 나라들이 소해율을 두려워하는 것은 사실은 대왕의 군대를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마치 짐승들이 호랑이를 두려워하듯이 말입니다.”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에 나오는데, 강일이 초나라 선왕에게 들려준 여우의 우화에서 ‘호가호위’가 유래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겠는가 하겠지만 요즘도 권력기관에 사돈의 팔촌만 있어도 안하무인으로 으스대며 ‘호가호위’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 나주사회가 그렇다.

민선6기를 거쳐 7기에 접어든지 두 달째인 요즘, 나주시가 마치 시장을 처음 해보는 것처럼 허둥지둥 거리는 단체장으로 인해 고민이 많다.

다른 것 모두 차치하고라도 인사를 놓고 나주시가 들썩이고 있으니 당연히 오를 사람이 오르고 갈 사람이 가고, 남을 사람이 남는다면 어느 누가 불만을 제기하겠는가?

단체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마치 자신에게 말만 잘하면 뒤를 봐줄 것처럼 거들먹거리는 사람 몇몇이 나주사회를 불공정사회로 몰고 가고 있다.

특히, 요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궐 밖 J씨와 궐 안 J씨, 설마 그들은 지금 누리고 있는 호가호위를 영원할 거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공식적인 조직에는 없지만 유령조직처럼 존재하는 ‘정무부시장 J’의 호가호위는 언제까지 갈 것인가.

그것도 모자라 직원들에게 ‘서로 손잡고 함께 가자’는 의미의 ‘휴수동행(携手同行)’을 제안했던 합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다시 4년 전으로 회귀하려는 나주시 조직개편에 대해 묻고 싶다.

11만 나주시민, 1천여 공직자를 모두 다 “내 사람이다” 생각하는 배짱은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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