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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팔불출입니다”
2018년 09월 17일 (월) 09:07:25 ▲김정음자 나주시 대호동
   
▲김정음자
나주시 대호동

며칠 전입니다.
끼니가 어중간해서 시원한 콩물국수를 남편과 함께 먹었습니다.
외식을 좀처럼 하지 않은 우리 내외가 오랜만에 외식을 하였습니다.

그 다음날 남편 왈,
“만사천 원이면 삼겹살을 집에서 맛있게 구워 먹을 텐데…. 다음에는 집에서 밥 먹읍시다.”
이런 남편하고 40여년을 살고 있으니 나 대단한 아내 아닙니까?

지금부터 40여 전, 나는 초등학교 교사이고 남편은 가난한 농부였습니다. 나는 공무에 메어 시간이 없고 남편은 시간이 자유로워서  빨래는 남편 몫이었습니다. 그래서 빨래를 광주리에 이고 동네 빨래터로 나갑니다.

동네아짐: 영광양반, 그 빨래 나 주시요. 내가 주물러 줄게.
나의남편: 평생에 빨래해 줄라면 몰라도 오늘만 빨래를 해주려면 내가 할 것이요.
동네아짐: ???

신혼도 지나고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서 병원에 가는 날이면 남편은 아기를 아기보대기로 업고 병원에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한마디 했습니다.

아내 : 이웃집 아짐 모시고 병원에 가면 어떨까? 아짐이 아기를 보듬고 갈수 있는데요.
남편 : 내 아들을 업고 가는 일이 무엇이 어째요. 아버지가 내 아들 업고 병원에 가야지.
아내 : ???

이제는 아이들이 자라서 자연부락에서 면소재지로 이사를 왔습니다. 낯선 사람이 많은 동네로 왔는데도 남편은 빨래를 이고 동네 빨래터로 나가는 것입니다.

아내 : 여보, 빨래는 집에서 하면 안 될까?
남편 : 어째서, 빨래를 하는 것이 내가 힘들어서? 아님 남자가 빨래하는 것이 부끄러워서. 훤한 낮에 다방에서 한가롭게 앉아서 여자 손잡고 노는 것이 창피스럽지, 내 빨래를 내가 하는 것은  당당한 일이니, 내 걱정은 말고 당신은 학교에 가서 공부나 잘 가르치시오.

이렇게 세월은 흐르고 나는 기가 팔팔해져서 남편에게 큰 소리를 쳤습니다.
아내 : 나 같은 미친×이나 당신 따라 살지, 당신 같은 사람 따라 살 여자가 어디 있을까?
남편 : 부부가 누구를 따라 사는 것이요? 우리는 함께 사는 거야.
아내 : 아, 우리는 함께 사는구나. 남들은 아내에게 다이야반지를 선물한다는데. 나는 당신한테 한 돈짜리 실반지도 못 받아보았네.
남편 : 무슨 말씀이요? 새벽마다 당신을 위해 드리는 기도가 새벽이슬처럼 더 빛나는 것을 모르시오?
아내: 교회 권사를 주눅 들게 하는 남편의 생각을 나는 못 따라갑니다.

몇 년 전입니다.

수요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서 남편께 목사님의 설교 말씀을 들은 소감을 말하였습니다.

아내: 오늘 목사님께서는 남편이 아내 생일과 결혼 기념을 챙기지 못하면 살아남기가 힘들다고 말씀하셨는데 당신은 내 생일이 언제인지나 아시요?
남편: 나는 하루하루가 당신의 생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사요. 일 년에 한번 생일 지키는 것이 그렇게 중요하다요?

이렇게 남편의 가라사대를 자랑하는 것인지, 흉을 들쳐 내는 것인지 지금 글을 쓰고 있지만 나는 남편의 사랑에 힘입어 여기까지 살아왔습니다.
폐한 쪽을 가지고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목숨 붙들고 살아가는, 나를 깨진 유리 그릇 보듬듯 나를 아껴준 남편이 있기에 나 여기 있습니다. 몹시 가난하고 몹쓸 병 때문에 결혼을 거부한 나를 향해 남편이 말했습니다.

남편 : 사람은 한번 죽는 것인데 당신 죽을 때에, 내가 안아 줄 테니 내 품에서 죽으시오.
이런 사랑의 고백을 들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3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아내 : 여보 감사해요. 14,000원짜리 외식을 하고도 아까워하는 당신이지만 감사해요. 내 생일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하루하루가 나의 생일로 생각하면서 사는 당신의 진심을 여기에 적었습니다.
여보,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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