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고생이 많으시죠? 허리는 다 나으셨는가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주시의회를 출입한 지 26년 남짓하지만 의원이 시장에게 이런 지극히 사적인 질문을 하는 것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제208회 나주시의회 제1차 정례회 시정전반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과 집행부의 답변에 이어진 보충질문답변이 열린 본회의장에서의 일이다.

질문자는 더불어민주당 이대성 의원, 이 의원은 “두 달 석 달 이렇게 고생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업무수행 하는 데는 지장이 없으시냐”며 잇달아 강인규 시장의 허리안부를 묻는 것으로 운을 뗀 뒤 “우리 장애인은 평생을 그런 아픔이나 장애를 갖고 살아간다.

시장님이 건강해야 나주가 건강하고 나주가 건강해야 나주발전에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는 말로 인사를 끝냈다.

이 의원은 강 시장의 허리상태를 화두로 나주시 장애인들의 고충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질문을 이어나갔다.

이 의원은 나주시의 장애인 복지예산이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한참 적게 책정된 사실을 알고 놀라움과 실망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이 전남지역 다섯 개 시 전체 예산대비 사회복지예산이 목포는 43.4%, 여수 30.7%, 순천 23.4%, 광양 17%, 그리고 나주가 21.1%로 5개 시 중에서 4위라고 밝혔다.

또 사회복지예산 대비 장애인 복지예산은 목포 12.3%(320억), 여수 11.3%(352억), 순천 7.5%(198억) 광양 7.1%(128억), 나주 9.3%(141억)으로 중간 3위 수준이지만 실제 예산집행액은 4위에 머물러 있다면서 장애인복지예산이 그 인구수 비례해서 내년에 두 자릿수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인규 시장의 답변이 장황하게 이어졌다.

강 시장은 “현재 나주시 장애인 수가 8천660명 가량이며, 1회 추경 기준으로 장애인예산은 9.3%에 불과하지만 올해 장애인복지회관이 지어지면 그 예산이 10%가 훨씬 넘을 것”이라고 답했다.

20여분 넘게 이어진 질문과 답변에 이 의원이 순간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그때서야 사무국 직원이 의자를 가져다주었다. 

나주시의회 최초로 장애인 의원이 등원을 했지만 정작 나주시의회는 장애인 의원에 대한 배려가 형광등이었던 것.

그런데 강 시장의 ‘허리상태’는 오후에 다시 한 번 화두가 됐다.

“시장님 허리 안 좋으신데 병원은 잘 다니고 계신가요?”

“괜찮습니다.”

“빛가람동에 손녀딸이 같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 손녀딸 아프면 어디 병원으로 가신가요?”

“죄송합니다. 그것까지는 제가 못 살피고 있습니다.”

역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소준 의원이었다. 

잇달아 나주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제기된 강 시장 허리건강이 궁금해 소영 소통팀장, 신병철 홍보팀장, 정영석 비서팀장에서 동시에 문자를 보내 물었다. 한글 자모순이다. 

“시정질문답변 중 시장님 허리 아픈 얘기가 여러 번 나오는데 무슨 사고가 있었나요?”
답변 역시 한글 자모순으로 도착했다.

“제가 듣기로 평소 조금씩 아프실 때가 있다고 그럽니다. 요새 무리하셔서 그러신가 봅니다.”

“제가 알기로는 선거 때 아마 무리하셨던 것 같습니다. 시간 나시는 대로 병원도 다니시고 아침저녁으로 산책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사고는 없었고, 무리한 일정과 과로로 허리에 무리가 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강 시장의 허리건강은 공무상 사건이나 사고가 있었던 건 아니라는 게 확인됐다.

다시 시정질문 답변으로 돌아가서 박소준 의원의 질문을 들어봤다.

박 의원은 빛가람동에 빛가람종합병원이 지난 7월 기공식을 갖고도 공공산후조리원이 들어오기 어렵게 된 이유에 대해서 이유를 캐물었다.

이에 강 시장은 “시는 클러스터 용지 내에 산후조리원을 허용하기 위해서 이미 결정된 지구단위 계획을 변경해야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면서 “발전방향이라든지 난개발 방지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2017년 출생아수가 951명, 2018년 7월 현재 581명인데 공공산후조리원이 일반커피숍이나 매점처럼 편의를 위한 시설이냐”고 반문하며 “빛가람종합병원이 시에서 할 수 있는 당초 클러스터 용지를 변경하는 지구단위 계획용도변경을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업주에게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이들 두 의원의 시장 허리 걱정은 장애인과 의료복지시설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한  화두였지만 같은 당 소속의 단체장에 대한 과도한 호의였으며, 자칫 사생활침해가 될 수도 있었음을 때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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