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원도심 주민들과 ‘영화로 보는 세상이야기’ 모임을 함께 하고 있던 터라 영화토론에 활용한 영화를 찾던 중 1980년대 초에 개봉한 <본전생각>이라는 영화가 눈에 띄었다.

감독 남기남, 각본 안준오, 주연 고영수, 차화연, 김국현... 썩 눈에 들어오는 이름은 아니지만 영화제목이 호기심을 일으켜 내용을 살펴보게 되었다.

선량하고 마음씨 좋은 고복칠은 하는 일마다 거듭 망하자 자살을 기도하지만 다시 재기할 것을 결심하고 세상에 도전한다. 

고복칠은 월부장사를 하면서 세상인심을 체험한다. 

차츰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적응해가던 고복칠은 수미라는 미모의 재벌댁 딸을 사랑하게 된다.

고복칠이 기발한 홍보전략으로 수미 부친의 회사를 번창하도록 하자 결혼승락을 받지만, 자신이 재벌 경영자로서의 능력이 없음을 깨닫고 홀로 서울을 떠나는데...

새삼 이 영화가 생각난 것은 요즘 정례회가 열리고 있는 나주시의회를 보면서다.

지난달 22일부터 30일간의 회기로 나주시의회 제210회 정례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6월 치열했던 지방선거를 통해 제8대 의회가 개원한 뒤 처음 열리는 행정사무감사, 본예산 심사 등의 의사일정이 실시간으로 시민들에게 중계가 되고 있다.

그런 때문인지 의원들의 출석률이 좋아지고, 서로 앞다퉈 질의를 하는 열의도 뜨겁다. 

지난 6일 의원들의 시정질문에 이어 17일 집행부의 답변이 이어지고 18일 보충질문과 보충답변이 진행될 예정이다.

의원들의 역량은 시민들의 관심과 채찍질에서 단련되고 발전한다.

의원과 호불호 친불친을 떠나 나주사회를 공정사회, 평등사회,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어 가는 일은 의원들의 각오도 있지만 지역 유권자들의 품격있는 지지에서 나온다.

우연히 행정말단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는 시민의 한숨소리를 들을 적이 있다. “머잖아 일을 그만두게 될 형편인데 얘기 좀 잘 해 줄 수 있느냐”는 하소연이었다. 

일개 지역신문 기자가 관여할 일은 아닌 듯하여, 늘 입버릇처럼 칭찬하던 그 의원에게 얘기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얘기를 했더니 그 의원이 선거가 끝나자 일찌감치 선언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시간 이후로 그 어떤 사람이라도 인사청탁, 공사청탁은 받지 않겠다. 
다만 민원청탁은 언제라도 받고, 어디라도 달려나가겠다.”

그 의원의 결심이  끝까지 지켜지기를 응원하는 마음 한 켠, 그 역시 조직의 논리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드는 건 왜일까.

지금 국회의원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법안 처리는 늑장을 부리면서 의원 세비 인상은 전광석화처럼 후딱 챙긴 것 때문이다.

나주시의회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지역경제를 호통치고 민생정치 운운하면서 의정활동비를 25%나 올릴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물가상승률도 아니고, 공무원 임금인상폭도 아닌 25% 인상이 말이 되는가?

현재 나주시의회 의원은 연간 3천324만원의 의정비를 받고 있다. 

그런데 나주시의정비심의위원회가 2019년부터 적용할 나주시 의회의원 의정비 중 월정수당(2004만원)에 대해 금년 대비 25% 인상된 연간 3천825만원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 만큼 의정비 인상도 추진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두고 나주시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본 기자 역시 사무실 일반전화로 두 통을 받았으니 꽤 촘촘하게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모양이다.

조사자는 이번 의정비 인상요인에 대해 나주시와 여건이 유사한 도농복합시의 연간 의정비 평균은 3천769만원이고, 혁신도시 건설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인구가 증가해 2014년 대비 주민수가 21% 늘어나는 등 여러 가지 상승요인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망둥이가 뛰니까 덩달아 꼴뚜기가 뛴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 모양이다.

인구가 늘어나면 인구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행정기관과 공무원에게 늘어난 업무량만큼 임금인상이 이뤄지는 게 상책이지 덩달아

시의원들 활동비를 올린다는 명분은 어느 계산법에 나온 것인가 묻고 싶다.

선거에서 당선되려고 들인 돈과 노력만큼 앞으로 4년 동안 되돌려 받겠다는 생각으로 의정활동을 하는 의원은 없기를 바란다.

의정활동이 자신들 명예욕과 호구지책의 수단이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래서 나주시의원들에게 고언 한 마디 하자면 ‘본전생각’ 버리고 ‘본분생각’에 충실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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