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를 놓고 유치전을 벌였던 광주와 전남이 이번에는 한전공대 유치를 놓고 다시 한 번 샅바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전남이 한판승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나주시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축포를 터뜨리며 인기가수들을 불러 축하쇼까지 벌였다.

그런데 한전공대 유치에는 성공을 했지만 장밋빛 청사진만은 아니라는 전망이 잇달아 나오면서 지역민들도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한전공대는 문재인정부의 공약이지만 지금 정부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전이 과연 대학을 설립할 능력이 될 것인지, 또 교육적으로는 카이스트, 포스텍, 지스트 같은 과학특성화 대학들이 이미 포화인 상황에서 새로운 에너지전문 공과대학인 한전공대를 설립할 필요가 있느냐는 여론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적자 상황인 한전이 큰돈을 들여서 대학을 설립하고 재정지원을 위한 특별법까지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 야권에서는 영 마뜩잖다는 표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한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들은 한전의 누적 부채가 114조 8천억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매년 운영비만 500억 원 넘게 드는 대학을 설립해야 하느냐는 호통이 이어진 바 있다.

설상가상으로 일반국민들과 SNS 반응도 썩 호의적이지는 않다.

“대학이 넘쳐나는데 또 대학이라니 어이없다. 공기업을 위한 대학이라니...이제 예산대학 노무대학 홍보대학 문화대학 정치대학 행정대학 외교대학 관광대학 외교대학 공무원 부서별로 하나씩 만들거냐?”

“4차산업때문인지 아님 정치의 일부분인지. 대선 총선의 공약으로 이렇게 어지러운 시기에 결국 광주와 전남을 단합이 아닌 분쟁 속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옳은 일인지 묻고 싶다.”는 등의 여론이다. 
하지만 주사위는 던져졌고, 이제 정상적인 개교를 위해서 노력을 해야 되는 상황이다.

우선 설립에 약 5000억원이 필요하고, 설립 후에도 매년 운영비로 약 500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 비용부담 주체가 어디냐는 것이다. 한전은 적자운영이고, 운영비 등의 부담을 함께 짊어져야 할 전남도는 재정자립도가 30%대로 17개 광역시 중 꼴찌 수준이어서 원활한 재정 지원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일부에선 과거 정부나 공공기관의 대학 운영 실패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정보통신부와 산하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민간 KT 등이 공동으로 설립해 1998년 개교한 사립대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를 들 수 있다.

이후 정권이 바뀌고 ICU는 국가나 공공기관은 사립학교를 설립할 수 없음에도 규정을 어기고 국비를 지원받았다는 감사원의 지적(2004년)을 받고 2007년부터 예산 지원을 받지 못했다.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이스트(KAIST)와 통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고, 결국 2009년 1월 한국과학기술원법 개정을 거쳐 같은 해 3월 ICU는 카이스트와 통합됐다. 

또 다른 사례는 1964년 설립한 수도공대를 들 수 있다. 당시 한전이 세운 학교법인 한전학원은 정부 설립 인가를 받아 전기공학·기계공학·토목공학 등 3개 학과로 수도공업초급대학을 만들었고, 재인가를 거쳐 4년제 '수도공업공과대학'으로 개편해 운영했다.

하지만 한전의 재정 부족으로 1971년 10월 홍익학원(홍익대학교)에 이양했다. 별도 수입원 없이 학생이 낸 등록금과 한전 보조금으로만 운영하다가 보조금 삭감 등에 따른 재정난에 10년도 못 버티고 문을 닫은 것이다.

한전은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대학 설립과 지속가능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과 특별법 제정 등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부 재정 지원을 이끌기 위해선 울산과학기술원법과 같은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리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 활용을 위한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

한전은 대학운영방안 등이 담긴 최종 용역보고서를 3월까지 마무리 짓고 4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 보고서에는 정부 재정 지원을 이끌기 위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제언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예상되는 부분이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입지자들의 각오와 깜냥이다. 지역의 굵직한 국책사업을 유치할 때마다 서로 앞 다퉈 논공행상을 하던 정치인들이 한전공대의 개교를 위해 어느 정도 뒷심이 되어줄 것인지를 가늠하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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