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 다시면 이근준 씨 석재사에서 매입 “의미있는 곳에 기증” & 국립나주박물관, 장흥 안 의사 사당(해동사)과 함께 전시 희망

3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지 109주년이 되는 날이다.

국가보훈처(처장 피우진)는 이날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사)안중근의사숭모회(이사장 김황식) 주관으로 ‘안중근 의사 순국 109주기 추모식’을 거행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이렇다 할 기념행사가 없던 가운데 나주에서는 25년 전에 사라졌던 ‘안중근 의사 숭모비(崇慕碑)’가 모습을 드러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다시면청년회장인 최길주 씨는 지난 26일 네이버밴드 ‘나주시민소통사랑방’에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안중근 의사의 숭모비가 나주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올렸다.

최 씨는 “해방 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건립됐다가 25년 전 행방불명이 됐던 안중근 의사 숭모비를 다시면청년회 부회장이며 월천마을 이장인 이근준(47)씨가 찾아내 보관하고 있다”고 전한 것.

이후 이 씨를 통해 안 의사 숭모비를 확보하게 된 과정을 전해 들었다.

이 씨는 3년 전 주택을 신축하는 과정에 조경석이 필요해 금천면에 있는 한 석재사에 들렀다가 돌무더기 틈에 놓여있던 검은빛이 감도는 비석을 발견하게 됐다. 

사람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육중한 크기의 비석이 탐이 났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사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그러던 차에 지난 2월 25일 저녁, 나주의 한 식당에 들렀다가 신문에서 ‘사라진 안중근 의사 숭모비를 찾는다’는 기사를 보고 3년 전에 보았던 비석을 떠올렸다.

다시 석재사를 찾은 이 씨는 다행히 비석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발견하고 비석에 새겨진 글귀를 살펴보았다.

   
♦1961년 전국 최초로 광주공원에 세워진 숭모비 초창기 모습

大韓義士 安公重根 崇慕碑(대한의사 안공중근 숭모비)’라는 비명을 확인한 이 씨는 안 의사 숭모비가 확실한 지 확인하기 위해 서울에 있는 ‘안중근의사숭모회’로 사진을 보내 확인한 결과 “25년 전 잃어버린 숭모비가 맞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지난 21일 600만원을 지불하고 크레인을 동원해 비석을 집으로 옮겨왔다.

현재 이 씨의 자택 정원으로 자리를 옮긴 안 의사 숭모비는 광주·전남 시·도민과 지역 유림들이 지난 1961년 12월 광주공원 내 성거사지 5층탑 뒤편에 최초로 세워졌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신사와 일본군 충혼비가 있던 광주공원 터에 비석을 세움으로써 일제잔재를 청산하자는 의미였다.

비석에 새겨진 비문은 당시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초대회장인 심산 김창숙 선생이 쓰고, 비명은 서예가 소전 손재형 선생의 작품으로 밝혀졌다.

이 씨는 “숭모비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 갈 수 있도록 최근 광주시에 기증의사를 밝혔고, 이후 광주시에서 학예연구사 2명이 찾아와 진품 여부를 확인하고 현재 기증 방식과 절차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씨의 자택을 찾아 숭모비를 살펴본 국립나주박물관 은화수 관장의 견해는 달랐다.

은 관장은 “현장을 찾아 숭모비를 어루만지며 여러 사람들의 무능과 무지로 현재 뉘어져있는 숭모비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하기가 부끄럽다”면서 “올해 박물관에서 추진하는 장흥 (문화재)전시에 우리나라에 최초로 세운 안중근 의사 사당(해동사)과 함께 숭모비가 출품돼 전시되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은 관장은 “숭모비는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야 하겠지만 우선 국립나주박물관에 바르게 세워 안 의사의 숭고한 뜻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뜻도 덧붙였다. / 김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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