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 김승환

입추지나니  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여름 내내 감나무 키만큼이나 자란 잡초들
한바탕 전쟁을 치르느라 예초기 소리 요란한데

성큼성큼 다가오는 가을 길목에
살을 맞대고 서로 살찌우는
의좋은 대봉들을 보니
어느새 추억도 주홍빛으로 물들어 가고…

새벽이면 
마당에 수북이 떨어진 풋감
행주치마에 가득 주워 담은 어머니
작은 옹기그릇에 물을 채워 떫은 맛 우려내고
자식들 학교에서 돌아오면
광주리에 수북이 담아 툇마루에 놓아두셨다
배고픈 시절
어머니의 사랑으로 우린 풋감
혀에 떫어도 마음엔 달았다

열매 무게에 힘겨워 축 처진 가지
버팀목 받쳐주듯

자식 농사에 허리 휜 어머니
등에 업고 둥게둥게 얼러드리고 싶다

떫은 풋감이 다디단 홍시되듯이
풋색시 우리 어머니도
어느새 주홍빛으로 노을 들고 말았는가.

♦김승환 시인 약력

·<문학춘추> 시부문 신인상 수상

·<순수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

·나주문화예술상(문학) 수상
·성균대 대학원 졸업
·전 농협중앙회 완도군지부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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