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Chrysosplenium grayanum Maxim. & 쌍떡잎식물강 장미목 범의귀과 괭이눈속의 2년초 또는 다년초

『괭이눈』의 속명 크리소스플레늄(Chrysosplenium)은 ‘황금’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크리소스(Chrysos)와 ‘비장(脾臟)’을 뜻하는 스플린(spleen)의 합성어이다.

종소명 그레이아눔(grayanum)은 미국의 식물학자 아사 그레이(Asa Gray, 1810~88)의 이름에서 비롯한다. 

속명의 ‘황금’은 노란색의 꽃을 표현한 것으로 간명해 보이는데 ‘비장’의 연관성은 모호하다. 우리 이름 괭이눈은 꽃에서 ‘고양이의 눈’을 찾아냈다. 

더러 봄볕에 졸리어 가슴츠레해진 고양이의 눈을 닮았다고도 하고, 지갑을 열듯 벌어진 열매껍질과 그 속에 담긴 씨앗 모양에 고양이의 눈이 얼비친다고도 한다.

실제로 넉 장의 포엽(苞葉, 싹이나 꽃을 싸서 보호하는 작은 잎)이 서로 꽃술을 감싸면서 그 가운데를 가늘게 열어놓고 있는 모양이 과시 노란 고양이 눈을 닮았다. 

고양이의 동공은 다른 동물에 비해 아주 크지만 밝은 곳에서는 빛의 양을 조절하기 위해 동공을 세로로 가늘게 좁힌다. 괭이눈의 꽃 부위나 열린 씨주머니는 바로 이 고양이의 수직 동공처럼 갸름하다.

또 그 속의 씨앗 하나하나의 모양이 럭비공처럼 기름기름한 것도 묘하다. 괭이눈의 명칭은 단지 꽃이 노랗다는 사실에 머물지 않고 노란 홍채가 조절하는 고양이의 동공까지 그 이미지를 확장한 것이다. 

우리나라 괭이눈속 식물은, 한국특산의 제주괭이눈과 누른괭이눈, 흰괭이눈을 비롯하여 강원 오대산 부근에서 자라는 오대산괭이눈, 잎이 어긋나고 기부에 주아(살눈)가 달리는 산괭이눈, 잎이 어긋나고 포복지로 번식하는 애기괭이눈, 전체에 털이 밀생한 털괭이눈, 포엽이 선황색으로 변하지 않는 가지괭이눈, 8월경에 개화하는 선괭이눈 등 10여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세계에 60여 종이 분포한다. 

아직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올라있지 않지만 수술이 4개인 제주의 사술괭이눈이 있고, 일본고유종으로 알려져 우리나라 분포 여부에 관해 논란이 있었던 괭이눈은 최근 자생지(전남 영광군 일대, 2018년)를 확인하였다. 10cm 정도로 작고 잎이 마주나며 식물체에 털이 없다.
 

괭이눈은 4~5월에 꽃이 핀다. 꽃이 아주 작기때문에 꽃 주변의 포엽까지 노랗게 달궈 곤충을 유인한 뒤 꽃가루받이가 끝나고 나면 다시 초록으로 돌아간다. 열매는 삭과로써 잔(盞)에 씨를 받아놓은 듯한데, 마침 빗방울이 듣거나 산짐승의 발끝에 스치면서 씨앗이 튕겨지는 방식으로 퍼진다.

괭이눈속 식물은 산지의 골짜기나 습기가 많은 계곡, 유기물이 풍부한 반그늘이나 서늘한 곳에 무리진다. 

괭이눈을 ‘금전고엽초(金錢苦葉草)’라고도 한다. 잎에서 쓴맛이 나는 노란 동전을 닮은 풀이라는 뜻으로 성미는 쓰고(苦) 서늘하다(凉). 본초학에서 쓴맛은 심장으로 들어가고 서늘한 성질은 몸의 화열을 내릴 수 있으므로 심열을 내려 염증을 삭이고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 

노란색은 또 비장과 관계가 있다. 우주생성의 근본이 되는 오정색(五正色)을 다섯 방위와 연결하면 우리 몸에서 비장은 중앙의 노란색에 해당된다.

서양식 학명에서 동양의 오행론을 연결하는 것은 무리지만 괭이눈을 ‘황금비장’으로 읽는다면 조금은 신선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다. 

비장의 주된 기능은 운화작용(運化作用, 소화흡수 및 영양작용)이다. 비장의 운화기능은 간의 소설작용(疏泄作用, 소통하고 배설하는 작용)과 심장(또는 뇌)의 정신작용을 조절하므로 간과 심장에서 발생하는 열과 염증을 해소하고 음식을 소화하여 운화하게 할 수 있을 것. 

괭이눈의 꽃말은 ‘골짜기의 황금’ 또는 ‘변하기 쉬운 마음’이라 한다.

이른 봄 차디찬 골짜기 이끼 틈에서 샛노랗게 미소 짓는 풀꽃의 생태를 묘사한 것이자 그 화려한 빛깔은 얼마 못 가 세파의 초록으로 변하고 말 것이니 그 뜻을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봄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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