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재난을 당해서 고립됐을 때, 구조될 때 까지 스스로 먹고 마실 것을 마련한다.

이때 아무것도 먹지 않고는 3주를 견딜 수 있는 데, 마실 물이 없으면 3일 이상 견디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생명을 부지하는 데는 물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필자의 집 한켠, 햇볕이 드는 곳에 화분 몇 개 있다.

이 걸 관리하는 것이 내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다. 그런데 꽃을 키우는 일의 대부분은 물 관리라는 것을 알았다. 물을 너무 자주 주어도 문제고, 잊어 먹고 물을 주지 않으면 말라 죽는다.

이렇듯 물은 생명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우리선조들은 물 관리를 이수와 치수로 나누었다.

이수는 백성이 사는데 필요한 물의 안정적인 공급을 말하고, 치수는 홍수재해로부터 백성의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을 말한다. 그리고 어느 시대나 이수와 치수에 대한 업적이 왕이나 지방수령에 대한 평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얼마 전 나는 영산강살리기 찬반토론회에 나가서 영산강유역의 물 부족을 강조하였는데, 반대하는 환경단체 대표는 영산강은 물 부족지역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 이유를 영산강유역에서 물이 부족해서 농사를 짓지 못했던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광주?전남의 대표적인 환경단체로서 영산강살리기사업 중단을 강력히 주장하는 단체의 물 문제에 대한 이같은 인식에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발표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에 8억톤의 물부족이 예상되는데, 한강과 금강은 문제없고, 낙동강이 1억2천만톤, 영산강이 5억4천만톤이 부족”할 거라고 했다.

 이번 4대강살리기사업을 계획대로 마칠 경우 낙동강은 10억2천만톤의 물이 추가로 확보되어 물 부족이 완전히 해소되지만, 영산강은 추가로 1억2천만톤의 물밖에 확보되지 않아 4억2천만톤이라는 많은 양의 물이 부족하여 전국에서 영산강만 유일하게 심각한 물 부족 지역으로 남게 된다.

우리나라의 1년 강우량은 세계평균보다 많은 편이나, 1인당 강우량은 세계 평균치보다 훨씬 적다. 그래서 유엔에서는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한 것이다. 그래서 수자원 관리는 나라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년치 강우량의 2/3가 여름 우기(6월-9월)에 집중돼 있고, 늦가을부터 봄(11월-4월)까지는 비가 잘 오지 않는다. 이에 대한 대책은 우기에 물을 저장했다가, 건기에 빼 쓰는 것이다. 농사짓는 사람이 가을에 곡식을 수확했다가 1년 동안 나누어 쓰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홍수를 예방하고 동시에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강바닥 퇴적토를 준설하고, 둠벙을 파고, 보나 저수지를 만든다. 사막을 제외하고 세계 어디서나 비가 오는 곳은 강이 있게 마련이고, 강에는 홍수와 물 부족의 문제가 있게 마련이다.

이에대한 대책은 강의 퇴적토를 준설하고, 보를 세우는 일은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일이다.

하상을 준설하지 않고, 저수지와 보를 만들지 않고 홍수재해와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시민을 위한다는 시민단체, 민생을 위한다는 공당, 그리고 종교단체까지 나서서 준설과 보 쌓는 일을 결단코 반대하고 있다.

수정안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없고 무조건 즉시 중단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그들이 대안이라고 내놓은 것이 생태하천인데, 생태하천이라고 공사해놓은 것을 보면 준설하지 않고 주변만 정리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강을 방치해 그대로 두자는 것이다.

그들의 생각은 강 속의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는 강가에 사는 주민들이 홍수재난으로 생명과 재산을 날리거나, 유역민들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당하는 일 정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평생을 강가에서 살아온 필자의 경험으로는 강을 준설하면 강의 생태계가 더 좋아진다. 2002년부터 4년간 나주시 영산동 앞 강에서 홍수예방을 위한 하상준설사업을 했었다.

폭이 100m, 깊이 5m로, 3㎞하상의 퇴적토를 걷어냈다. 처음에는 환경단체들의 말처럼 강바닥이 졌지만 4-5개월이 지나자 새 풀이 돋아나 옛 모습으로 회복되었다.

그리고 준설 뒤 강의 모습이 달라진 게 하나 있는데 강 속에 노는 철새의 숫자가 10배가 늘어난 것이다.

집 앞 강가에 겨울에는 청둥오리, 봄가을에는 왜가리가 10여마리씩 살았는데 이게 수백마리로 불어났다. 30여년 전 사라졌던 제첩도 다시 돌아왔다.

강을 준설하면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이 아니고, 병든 생태계가 회복된다. 매년 수많은 하천에 준설사업을 하고 있으니까 이들 환경단체들이 직접 가서 현장을 확인해보면 알 일이다.

달마대사는 면벽9년에 깨달음을 얻었다지만, 현장의 주민들은 평생 강가에 살면서 강만 바라보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강의 퇴적토를 준설하고, 보를 쌓는 일은 백성을 살리기 위한 일이다.

좋아하지 않는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고 무턱대고 반대하지 말고 현장에 사는 주민들의 소리를 들어볼 일이다. 시민을 위한 시민단체라면, 국민을 위한 정당이라면민생문제에 정치논리를 들이대지 말아야 한다. 정치는 곧 민생이라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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