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원 주필
조선왕조 500년의 사상적 기틀을 세웠던 삼봉 정도전이 나주 다시면으 로 귀양오면서 남긴 기록중에 ‘다른 고을 백성은 무항산 무항심인데 나주만은 그렇지 않다’라는 말이 있다.

“나주백성은 항산이여서 항심이있다??는 얘기다. 삼봉선생이 나주백성들과 섞여 살면서 나주지역이 물산이 풍부하고 백성의 인심이 넉넉한 것을 표현한 말이다.

‘무항산이 무항심’은 맹자가 한 말인데, 백성이 경제가 궁핍하면 한결같은 마음을 가질 수가 없다는 말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너무 당연한 말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의하면 전국의 각 고을 중에서 쌀 생산이 나주가 제일 많았다고 한다.

그 시대 중요한 재화였던 소금이나 면화, 수산물도 나주를 비롯한 영산강유역이 전국에서 가장 풍부하였다. 이 경제적 풍요를 기반으로 나주는 역사속의 수많은 인물을 배출하였고, 문화와 예술이 꽃피고, 백성은 평안하였다.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 한국경제는 가장 모범적으로 잘 극복해 내고 있다.

혹자는 지금 우리의 경제번영이 우리민족 5000년 역사 중에 전무후무한 것이라고도 한다.

이 작은 나라에서 만든 선박과 반도체의 매출이 세계1위이고, 현대자동차도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잘도 견뎌내고 있다.

외환보유고도 넉넉하게 쌓여가고 있다. 대한만국의 경제는 정말 잘 돌아가고 있다.

문제는 영산강유역을 중심으로 한 전남서부권이다.

전국 각 시도의 경제지표나 통계를 보면 전남과 광주는 항상 꼴찌다.

그리고 전남에서도 서부권이 지역총생산에 있어 동부권보다 1/7밖에 되지 않는다. 전남동부권의 경제는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돈다.

반면에 우리가 사는 전남서부권인 영산강유역은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다.

과거 수천년 간 한반도에서 가장 풍요로 왔던 영산강유역이 불과 3-40년 만에 어쩌다가 이렇게 될 수가 있을까?

1970년대를 지나면서 우리경제가 농업경제에서 산업경제로 넘어가면서 우리지역이 뭔가 잘못되기 시작했는데, 한때는 군사정권의 지역차별로 인해 이렇게 됐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었으나,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이런 말도 쏙 들어가 버렸다.

우리지역의 인맥이 정권의 핵심에 들어서서 10년을 보냈음에도 상황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공부를 포기해버리면 그 인생은 희망이 없다.

무엇이나 희망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든 가정이든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면 그 난국을 직시하고 어떻게든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매우 중요한데 우리에게 그것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지역이 나라의 산업화에는 별 기여를 하지 못했으나, 이 나라가 민주화되는 과정에는 분명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민주화하는 과정의 갈등을 잊고, 지역의 경제를 살려내는 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수년간 맥을 못 추던 기아타이거즈가 최근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90년대 남도민에게 힘을 주었던 타이거즈가 살아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전남서부권의 경제가 깊은 침체의 늪에서 하루빨리 빠져 나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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