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선 본지사장
  우아하게 늙는 것은 모든 노인들이 바라는 이상론이다.
하지만 ‘노인 4苦라는 말이 있듯이 노인들에겐 십중팔구 늘그막에 바라지 않는 불청객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병고(病苦), 빈고(貧苦), 고독고(孤獨苦), 무위고(無爲苦)가 그것인데 만일 이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축복받은 노인이다.
 

 여기에 노욕(老慾)이란 개념이 하나 더 추가된다. 일찍이 공자(公子)는 노년이 되면 모든 욕심의 유혹부터 뿌리쳐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말 속에는 노욕은 곧 노추와 직결된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명예욕, 돈, 욕심, 성욕등 모든 욕망과 거리를 멀리 하고 우아하게 말년을 보내는 것이 어르신으로 존경받는 길이기 때문이다.
 

다만 꿈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는 충고가 있다. 세계적으로 명망이 높은 존 맥아더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단지 오래 살았다는 것만으로 늙은 것은 아니다. 사람이 나이들면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말년에 꿈마저 버린 사람은 대신 ‘마음의 주름살’이 생길 것이다.”라고 했다.
  노인은 결코 많은 돈을 가질 필요는 없다. 많은 돈은 도리어 불행의 씨앗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돈 때문에 자식들이 재산 다툼을 벌려 형제간 우의에 금이 가는 가정불화의 원인이 된 사례를 우리는 주변에서 무수히 보아왔다.
 

일본의 주부들은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후 집안에 죽치고 들어앉은 늙은 남편을 ‘오치 노레바’라고 부른다, 우리 말로는 ‘젖은 낙엽’이라는 뜻이다. 마른 낙엽은 산들바람에도 잘 날아 가지만 젖은 낙엽은 한번 눌어 붙으면 빗자루로 쓸어도 땅 바닥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사실 ‘오치 노레바’는 너무나 인간 모욕적인 말이다. (집안에서)쓸어내고 싶어도 착 달라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니 부담스런 존재라는 뜻이다.
 

 노령인구가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우리나라에도 젖은 낙엽 신세의 노인들은 수도 없이 많은 것이다. 한국이 이 만큼 잘살게 된데 절대적 공로자들인 오늘의 노인들은 결코 ‘오치 누레바’취급을 당해서도 안되고 귀찮은 존재가 되어서도 안 될일이다.
 

 노인들은 계속 존경을 받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웰빙’이란 말을 곧잘 들먹인다. 오늘의 노인들에게는 ‘웰빙’ 이전에 ‘웰 에이징(Well-aging? : 곱게 나이 먹어가는 것)이 더욱 절실한 문제가 되고 있다. 속담에 ’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한다‘고 했다.
노인들도 나라가 무엇을 해주기만을 바랄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엇인가 할 일을 찾아서 해야하는 쪽으로 삶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노인들에게 던지는 하나의 엄숙한 충고라면 어떤일을 해보기도 전에 체념부터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안돼”, “나는 이제 쓸모 없는 늙은이야” 따위의 속에 스스로를 매장하는 노인들에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나도 할수 있다.”는 의욕과 용기가 중요한 것이다. 독일이 낳은 위대한 문호 괴테는 74세때 19세 소녀인 올리케와 뜨거운 사랑을 나눠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윈스턴 처칠도 초등학교시절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저능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인생의 빛깔은 아침보다 황혼이 더욱 찬란한 법이다. 그러나 한국의 노인들이여 늙었다고 절대로 기죽지 말고 체념하지도 말지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꿈까지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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