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선 본지사장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사람과 이런 저런 인연으로 관계를 맺고는 있지만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삶은 어쩔 수 없이 삭막해 진다.

그런 현상이 개인적 사정에 극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의 일반적 기류라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소통부재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뜻인데 우리나라가 그런 나라라는 국제기구의 통계 자료가 나왔다.

OECD가 최근 내놓은 ‘삶의 질’지표의 국가 간 비교 연구 결과 친구와 가족 등과의 직접적인 대면(對面) 접촉과 의존도를 뜻하는 ‘사회연결망(Social Connections)' 부문에서 한국이 최하위권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력을 바탕으로 무한대의 대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첨단을 달리는 한국 사회지만 사실상 ‘진정한 소통’은 사라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OECD의 ‘삶은 어떠한가 : 웰빙의 측정(How's life : measuring of well-being)' 보고서에 따르면 갤럽 세계조사 데이터 등을 이용, ‘사회적 네트워크 지원’ 등 4가지 부문으로 구분해 분석한 사회연결망 지표에서 한국이 ‘꼴찌수준’을 기록했다.

 4가지 부문 중 곤란할 때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구나 친척이 있는 친구나 친척이 있는가를 물어 측정한 ‘사회적 네트워크 지원’의 경우 OECD 평균은 91.4%였지만, 한국은 79.8%로 전체 40개국 중 꼴찌에서 4번째였다. 철저한 개인주의 사회로 알려진 미국은 오히려 92.3%였다.

문제는 오늘 한국사회의 소통부재 현상이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 뿐만이 아니라는 점에 그 심각성이 있다.

정부와 국민, 정치권의 여야, 집단, 노사(勞使), 지역, 세대 등 모든 관계-영역에서 소통부재의 골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을 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특징으로 지목되는 ‘정(情)’은 영어 등 외국어로는 번역하기가 어려운 한국인 고유의 정서다.

 그러나 그 정의 심리를 단순하게 풀이하면 타인에 대한 배려를 우선하는 마음이고 인간관계의 그 같은 특성은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가 그만큼 소통이 원활한 사회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OECD의 연구 결과를 접하고 일찍이 소통의 위기를 한 목소리로 지적해온 뜻있는 ‘양심의 승리자’들의 선견(先見)을 떠올리면서 거듭 소통사회에 복귀를 희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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