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시비하지 않는 초목의 군자…소나무

-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 회장
- (사)민족미술인협회 이사
- 시집 '아주 오래된 외출(내일을 여는 책 刊)'
- 영광 백수중학교 교사
- 약초해설가

소나무는 백목의 장(百木之長)이요 만수의 왕(萬樹之長)이라 하듯 그 고상한 품격이 ‘초목의 군자’다운 매력으로 한반도 전역에 대세이다. 애국가에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라 하였듯 국화(무궁화)에 이어 한국사람 모두가 좋아하는 소나무를 국목(國木)으로 삼자는 말도 나고 있다.

소나무는 굽이굽이 산세가 곱고 비산비야(非山非野)의 지형에 잘 어울리는 우리나라 최상의 나무라 할 수 있다. 소나무는 천세(千歲)의 학이 거처하는 곳이라 하였고 장수의 상징(十長生)으로 쓰였으며 하늘의 신들이 땅으로 내려올 때 높이 솟은 소나무의 줄기를 택한다고 믿어 예로부터 시가나 회화에서 ‘탈속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하였다.

步虛聲斷後 허공에는 발자국 소리도 끊어지고
無復想形容 형체도 상념도 모두 사라졌구나
雨洗孤輪月 외로운 둥근 달은 비에 씻긴 듯
風驅萬壑松 바람은 골골이 소나무 위를 달리네
-휴정(休靜), <영랑령>, 청허당집
      

회화 역시 소나무를 배경으로 인물이 그려질 경우 그 등장인물들은 대개 신선(神仙)이나 은사(隱士), 고사(高士) 또는 노승(老僧)들이다. 소나무는 화암(花菴)의 화목 28우(友)에서 ‘노우(老友)’라 하였으며 모든 나무의 어른이기 때문에 고송(古松)은 존경과 숭배를 받는다고 하였다.

필자가 유난을 떠는 소나무 사랑에는 그 늙어갈수록 아취를 더하는 자태에도 있지만 실은 ‘바늘 잎 두개의 상징’이 전해준 ‘부부애(夫婦愛)’에서 깊다. 소나무 잎은 두 개가 한 잎집(葉?)에서 나서 아랫부분이 서로 맞닿아있다.(이 같은 특성으로 소나무를 이엽송이라 한다.)

이 잎은 떨어질 때에도 서로 헤어지지 않고 하나가 되어 떨어지는 ‘백년해로’의 애틋함을 보여준다. 그래서 ‘부부는 솔잎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이 생겨나게 된 것.

▲ 학명 : Pinus densiflora Siebold & Zucc.겉씨식물 구과식물강 구과목 소나무과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소나무는 크게 육송과 해송 두 종류로 나뉜다. ‘해송’은 주로 바닷가에서 자라며 수피가 검어 흑송 또는 곰솔이라 부르고, ‘육송’은 주로 내륙지방에서 자라며 윗부분이 붉은 색을 띠어 적송이라 한다. 소나무의 제왕 ‘금강송’은 적송에 속한다. 과거에는 금강송을 '황장목(黃腸木:자라면서 중심부가 진한 황갈색을 띤다.)' 이라 불렀는데 곧고 단단하며 잘 썩지 않아 왕실의 건축재로 쓰였다.

금강송의 다른 이름인 '춘양목(春陽木)'엔 아픈 수탈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일제시대 영주~봉화~태백을 잇는 철도가 놓이면서 봉화지역 금강송이 크게 남벌되기 시작했던 것. ‘춘양목’은 당시 ‘춘양역을 통해 옮겨진 소나무’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소나무는 몸을 쪼개어 인간의 살 집을 지어주고, 잎으로는 사랑을 전해주며, 청아한 자태로 지조 있는 삶과 의연하게 늙는 법을 가르쳐준다. 사계절 푸른 수염을 웃으며 지나는 허튼 바람 따위 시비하지 않는 과시 군자(君子) 위(位)의 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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