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군 진돗개연구소 박성일 소장의 35년 진돗개 사랑

 
“진돗개는 호랑이와 비슷합니다. 날쌘 것도 호랑이와 같아 쥐를 잡을 만큼 민첩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전국에 많은 진돗개 애호가들이 있습니다만, 진짜 진돗개라고 할 수 있는 개는 그리 많지 않아요. 35년 세월을 진돗개와 생활하다 보니 척 보면 잡종인지 순종인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진도군 군내면 월가리 진돗개연구소에서 만난 박성일(65) 소장의 진돗개 사랑은 흡사 장인정신에 가깝다.

박성일 소장이 말하는 진짜 진돗개는 이렇다. 진돗개는 등이 곡선이고 배의 털보다는 등의 털이 두 배 정도 더 긴 특징이 있다. 다리는 마른 장작처럼 날씬하면서도 강한 근육질이고, 눈의 초점이 위쪽에 있어서 왠만한 사람은 이 눈빛을 보면서 잡종과 순종을 가려낸다는 것.

박성일 소장의 진돗개에 대한 생활철학도 남다르다.

진돗개에 관한 한 경험을 능가할 지식은 없다. 진돗개를 입으로 키우니 배신하고 몸으로 키우니 충성한다. 진돗개의 보이는 1% 때문에 보이지 않는 99%를 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박성일 소장이 말하는 진돗개의 유래는 이렇다.

진돗개는 동남아시아 계통의 중형종(中型種)에 속하는 품종으로 대륙과 격리된 채 순수혈통을 지녀 오늘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진돗개는 일본의 모리 교수가 개의 유골을 발견해 검증한 결과 ‘석기시대부터 진도에서 키운 토착견’이라는 학설이 설득을 얻고 있다.

일부 사람들의 남송(南宋)의 교역선이 진도 인근에 왔을 때 유입됐다는 설과 고려시대 몽고군이 침략할 때 군견으로 진도에 남게 됐다는 설, 조선 초기 군마목장을 설치할 때 목장 번견으로 유입됐다는 얘기가 있으나 앞서 언급한 진도 토종견의 설이 유력하게 인정되고 있다.

최근엔 유전학적인 연구에서 더욱 명확히 밝혀지고 있다. 진돗개는 수렵성, 귀소성, 충직성, 용맹성, 경계성, 결벽성 특히 남에게 절대 따르지 않는 비유혹성과 예민성 등 우수품성을 지니고 있다.

진돗개는 다른 견종(犬種)에 비해 월등히 우수한 특성이 있어 1962년 문화재관리법에 의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견으로 관리되고 있다. 현재 진도군에 등록된 진돗개 성견은 3,500마리에 이르며 사육농가는 1,400 농가다. 하지만 미등록된 진돗개를 포함하면 전체 8,000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예전에는 마을에서 진돗개를 자유롭게 풀어놓고 키우다 어느 동네 누구 집 개가 노루나 고라니를 잡았다고 소문이 나면 입소문을 통해 이 개가 명견으로 비싼 값에 팔렸다갔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진돗개를 풀어놓고 키울 수 없으니 진돗개를 육안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은가.

박 소장은 1977년 진돗개 연구를 시작했다. 수의사였던 선친의 영향을 받아 동물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는 박 소장은 진돗개가 있다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리지 않고 달려간다.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간 곳에서 순종 진돗개를 만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어 춤이라도 추고 싶은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애견가들이 기르는 진돗개 중에도 잡종이 많은 현실에서는 숨이 콱콱 막힌다고 그는 귀띔했다.

박 소장은 “국내에서 키우는 진돗개 가운데 순종은 5%도 안 된다고 보면 된다. 나머지는 일본 기쥬견 등과 잡종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진돗개의 순수 혈통을 지키기 위한 집념은 그의 성격만큼이나 우직하고 고집스럽다. 진돗개와 함께한 인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든 것을 바쳤다.

진돗개에 평생을 걸었지만 누가 알아주거나 돈을 벌려고 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애견가들이 순수 혈통을 가진 우리 진돗개를 많이 키우고 보존하는 데 관심을 갖고 실천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말을 맺는다.

박 소장은 현재 진돗개 전문가로 목포대학교에 출강해 진돗개 강연을 하고 있다. / 김양순 기자 jntimes@jn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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