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선 사장
흙탕물이 흐리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흐리지 않다.

흐린 것은 물속의 먼지이지 물 그 자체는 H₂O의 화합물로 처음부터 맑고 투명하다.

물은 여과장치나 그 무엇을 통하지 않더라도 처음부터 순수하고 투명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물 자체가 흐린 것으로 착각한다.

이처럼 우리 인간도 원래는 순수한 물과 같은 존재다. 인간이 흐린 것 같지만 처음부터 투명하다.

흐린 것은 먼지이지 물이 아닌 것처럼, 더럽혀져 있는 것은 죄 그것이 더럽혀져 있는 것이지, 인간 자신은 처음부터 청정하게 태어났다.

그러므로 인간은 굳이 고행을 해서 깨끗해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그대로가 부처이고 깨끗한 물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죄+불성=인간 이라고 알아 왔다.

그러나 죄=영(霙), 즉 ‘죄라는 것은 없는 것이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인간은 처음부터 부처요, 광명일원(光明一元)의 존재라는 인식에 도달하게 된다.

인간 사회에서 죄악처럼 보이는 것은 투명한 물속의 먼지이며, 먼지와 물이 혼합하여 흐린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더러운 그것은 먼지일 뿐이지 ‘나’는 아니다.

나는 처음부터 맑은 물이요, 맑은 증류수이다.

이 영롱하고 구슬같은 맑디맑은 물이 우리 인간의 참 모습이다.

새해에는 우리의 본성인 맑은 물처럼 살아가고 싶다.

우리의 육체는 마치 악기와 같아서, 육체 어느 곳에 생명이 있는지 일일이 조사해 보아도 알 수 없다.

악기에서 울러 퍼지는 생명의 울림은 그 악기 아무 곳에도 있지 않고, 악기 탄주자의 마음에 있다.

육체라는 것은 자기 생명의 흐름이 육체에 닿아 울림을 일으키기 위해서 창조한 하나의 악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육체는 인간 그 자체가 아니고, 인간이 연주하는 악기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인간은 육체가 죽으면 슬퍼한다.

육체 자체가 인간 그 자체인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 육체 속에서 무형이면서도 조금도 쉬지 않고 활동하는 생명은, 육체라는 악기의 현에 닿아서 반사적으로 소리내는 울림에 지나지 않는다.

생명이란 육체 그 자체가 아니다. 생명이 육체라는 악기에 울림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육체의 생명 현상이다.

생명 그 자체는 실재이지만, 생명 현상은 인연이 화합해서 된 것이 아니라, 인연의 해체와 동시에 이 육체도 해체되는 것이다.

육체는 해체되더라도 인간의 본성은 멸하지 않는다.

물질인 육체에 나타나 있는 생명은 참 생명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육체가 사라져간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참 생명은 소멸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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