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지역을 일구는 사람들④
국내 유일 난대수목원, 소중한 유전자원의 보고(寶庫) 지켜야

 

남도의 보물숲 완도수목원을 지키는 임학박사 오찬진 팀장

눈 속에서 꽃을 피운다는 봄의 전령사 복수초(福壽草)가 완도수목원에서 꽃망울을 터뜨렸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지 보름만에 길을 나섰다.

 

 아침나절부터 흩날리던 눈발이 남도 천지를 하얗게 덮었다가 또 녹였다가... 이른 봄바람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완도수목원 본관 앞에 이르니 마치 수문장처럼 나란히 서 있는 나무가 눈 쌓인 손을 내민다. 그다지 우람하지도, 아담하지도 않은 크기의 평범한 상록수라 생각하고 지나쳤다.

2층으로 이어진 사무실은 타원형 유리창 밖으로 동백나무숲이 우거져있고 세찬 눈발이 날린다. 바깥 날씨와는 동떨어진 후끈후끈한 공기,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난로 옆에 크고 작은 나뭇가지들이 쌓여있다. 연기냄새도 좋다.

잠시 후 작업복 차림으로 나타난 수목연구담당 오찬진(49·임학박사)박사. 1991년 완도수목원이 문을 열기 이전부터 이 곳 나무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위치하고 있는 완도수목원은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진 국내 유일의 난매수목원이자 최대의 난대림 자생지라는 점에서 전국에 내놓을만한 ‘보물숲’이라는 점에서 그의 자부심을 더욱 샘솟게 하고 있는 것.

중학생시절부터 학교에 있는 나무와 꽃들의 이름을 외고, 각별한 애정을 갖게 된 것을 시작으로 집 안팎에서 화분과 나무를 가꾸는 데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허구헌날 나무만 만지작거리고 있으면 밥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 하시던 부모님의 염려가 평생의 취미이자, 특기와 직업이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완도수목원은 오 박사에게 노동현장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애정과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삶의 요람이 되고 있다.

그러던 중 2005년도에 나주에 있는 전라남도산림자원연구소로 발령을 받아 일하다 7년 만인 올해 1월 다시 완도수목원으로 돌아오게 됐다.

오 박사와 이야기를 마칠 즈음, 복수초를 직접 보고 싶다는 얘기를 꺼냈다.

밖은 여전히 눈발이 휘날리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부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흔쾌히 자리를 일어서는 오 박사를 따라 사무실을 나서는데, 들오기 전에 눈길을 주었던 본관 앞 수문장 나무 앞에서 오찬진 박사가 일부러 소매를 끌어 설명을 해준다.

나무이름은 완도호랑가시나무. 우리 땅에서 발견된 소중한 유전자원이란다.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는 이 나무는 1979년 천리포수목원 원장이던 독일 출신 고(故) 민병갈(칼 밀러)박사가 완도지역 수목채집 여행 시 발견해 국제식물학회에 신종으로 발표되면서 유명하게 되었다.

이 나무는 자연상태에서 호랑가시나무와 감탕나무가 자연교잡해서 만들어진 나무라는 설명도 이어진다.

오 박사가 모는 차를 타고 포장된 산길을 오르기 20분 남짓, 해발 400m쯤 지점에서 내려 길도 없는 숲속을 헤매기 또 20여분. 드디어 눈 속에 봉긋 솟은 꽃모가지 하나를 발견해 일러준다.

복수초가 피어있는 지점이 꽤 낮은 지점에 넓게 펼쳐져 있었으나 방문객들의 손을 타면서 점차 등반객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비밀한 지점으로 서식지가 옮겨지게 된 듯하다고.

봄의 전령사 복수초와 노루귀, 바람꽃 등이 그렇게 완도수목원에서 봄을 전하고 있었다.

오 박사는 지난 2010년 농학박사인 이정석 박사를 대표저자로 동료인 이계한 박사와 함께 ‘새로운 한국수목 대백과 도감 세트(학술정보센터 발간)’를 펴냈다.

일주일의 대부분을 나무와 함께 지내고, 또 주말과 휴일에는 전국의 산야를 돌며 수년 동안 직접 현장을 답사해 새로 발견한 종수를 포함해 총 460여종과 3,000여 컷의 생생한 현장 사진을 그대로 담았다.

나무의 생장특성과 시비요령, 관리할 때 유의사항 및 번식방법 등을 직접 현장에서 연구하고, 수목들을 식재하고 관리하던 실제 경험을 담았다.

오 박사는 남도의 보물숲인 완도수목원이 국립수목원과 천리포수목원, 또 최근 잇달아 선보이고 있는 백두대간식물원, 새만금식물원 등에 견주어 전혀 뒤지지 않는 훌륭한 수목자원을 갖고 있는데도 자치단체와 지역민들의 관심에서 좀 더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부분에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 김양순 기자 jntimes@jn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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