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하늘빛 종달새를 닮은 꽃…현호색(玄胡索)

▲ 김진수 전남들꽃연구회장
현호색은 우리나라 야산의 습지에 자생하며 3월에 핀다. 종류도 왜현호색(잎이 둥근 듯 세 갈래다.) 점현호색(잎에 흰 점이 가득하다.) 애기현호색(잎이 세 갈래로 잘게 갈라진다.) 들현호색(꽃이 자줏빛이다.), 갈퀴현호색(잎 끝이 갈퀴 같다.), 댓잎현호색, 둥근잎현호색 등 꽃빛과 엽상을 관찰한 이름으로 다양하다.

현호색(약명)은 뿌리를 말려서 약재로 하는데, 주로 심, 간, 비, 폐경으로 들어간다. 성미가 맵고 쓰며 따뜻하여 기와 혈의 순환을 좋게 하여 여러 통증을 멎게 하는 능력이 있다.

특히 ‘부인의 혈도(血道)에 요제(要劑)’라 하여 산후 어혈이나 월경통, 경폐 등에 당귀나 목단피 등을 가미하면 좋은데, 현호색의 뿌리에는 독성이 있으므로 법제하여 쓰도록 해야 한다.

「현호색」은 유래설이 분분하지만 한자풀이로 다가가는 것이 재미있다. 첫 글자‘현(玄)’은 매달리다, 하늘, 찾다, 깊다 등의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다.

흔히‘검다’의 뜻을 알뿌리의 겉 색이 다소 검은 것에 연결 짓기도 하지만 현호색의‘현’에는‘오묘하다’라는 뜻이 담겨있다.

호(胡) 자는 고대 중국의 북방민족인 호국(胡國)지역에서 약재로 생산되었으므로 오랑캐‘호’자를 썼고, 이 식물의 싹이 올라오면서 서로 꼬인다는 뜻에서 색(索:동아줄 삭 또는 ‘새끼 꼬다’의 뜻)이라 하였다.

그런데 ‘현’은 송대(宋代)의 진종(眞宗)의 이름과 같았으므로 玄 자를‘延(연)’자로 바꾸어 중국식 약명은 아직도 연호색(延胡索)이다.

요약하자면, ‘꽃이 오묘한 빛을 띠고 있으며 고대 중국에서 전래된바 싹이 서로 꼬이는 식물’이라는 뜻이 된다.

▲ 그리스어로 ‘종달새’라는 듯을 가진 꽃 현호색, 겨우 20cm도 안 되는 높이에서 한 가득 꽃다발처럼 모여 피는데 봄 ‘하늘’색을 띤 새떼 같다.
현호색의 전초를 들어 올려본 경험으로 필자는‘현’에 대한 또 다른 한자풀이에 공감하면서 산속에서 홀로 웃은 적이 있다.

희고 가늘고 긴 <동아줄> 같은 줄기를 땅속 <깊이> 내려서 그 끝에 지름 1cm 정도의 동글동글한 알뿌리를 <매달고> 있었기 때문. <땅구슬>이라 하더니 참 <오묘하게>도 매달린 뿌리구나 싶었다.

그래서 보통은 곡간 습지의 완만한 돌밭에서 큰 마을을 이루고 사는데, 여러 겹의 돌각을 조심스레 들추고 내려가야 한참 만에 훈습한 동굴 속에 들어앉아 있는 진짜 뿌리인 ‘구슬’을 만날 수 있다.

그 연한 줄기가 올라오면서 꼬이기도 하고 뒤틀린 듯도 하여 낙엽이나 나무 조각, 돌멩이들이 지지해주는 도움 없이는 홀로 고개를 쳐들고 꼿꼿이 꽃을 피우기 어려운 식물이다.

그렇게 지상부로 올라와 겨우 20cm도 안 되는 높이에서 한 가득 꽃다발처럼 모여 피는데 봄<하늘>색을 띤 새떼 같다. 현호색의 꽃은 앞부분의 순판(입술모양)과 뒷부분은 거(꿀주머니)로 연결된 흡사 나뭇가지에 앉은 새의 형상이 맞다. 그래서일까 속명 corydalis는 그리스어로 ‘종달새’란 뜻을 가졌다 하니.

학명: Corydalis turtschaninovii BESS.
쌍떡잎식물강 양귀비목 현호색과의 여러해살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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