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가지 생활의 덕을 실천하는 부지런한 꽃 …민들레(蒲公英)

전남들꽃연구회장
학명: Taraxacum platycarpum Dahlst.

속씨식물 쌍떡잎식물강 초롱꽃목 국화과 민들레속

『민들레』는 사립문 가에도 흔하게 피어 ‘문둘레’라 하였는데, 그만큼 흔한 들꽃이다. 

겨우내 지친 갈색을 뚫고 뜰이며 토방, 갈라진 벽 틈새에서 문득문득 피어나는 꽃이다. 한 잎이 돋으면 ‘일편단심’ 한 꽃대가 올라오고, 밤이면 통꽃을 오므려 안으로 잠을 청하고 아침이면 햇살받이에 나와 활짝 기지개를 켜는 꽃.

민들레는 전쟁터에 나간 남편을 연통 위에서 기다리다 속이 대롱처럼 텅 빈 꽃대가 되었다는 여인의 전설과, 평생 한 가지 소원만 이룰 수 있는 운명의 왕자가 별과 함께 살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자 왕자의 발 아래 별이 떨어져 민들레가 되었다는 전설의 주인공이다.

이‘왕자의 전설’은 풍매화인 민들레의 홑씨가 갓털(관모)을 달고 하늘 높이 날아가 지상의 어디든 반짝반짝 꽃을 피워내는 질긴 생명력을 우화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민들레 홑씨
세계적으로 약 400종이 자라며 우리나라에는 민들레, 산민들레, 흰민들레, 한라민들레가 살고 또 유럽원산의 서양민들레가 들어와 산다.

오늘날 ‘주인 민들레’를 밀어내고 마치 제 집인 냥 우리의 산하를 뒤덮고 있는 이 서양민들레에 대한 얄미움으로 논란이 꽤 많다.

씨앗을 직접 퍼트리는 것이야 뭐라 하겠는가만, 클론(clone: 가루받이 상대가 없이도 자가 번식을 한다.) 방식으로 씨앗을 생산하거나, 꽃가루를 자생종 민들레에 뿌려 우리민들레를 자신의 유전자로 바꾸어버린다는 데에선!

토종민들레의 외래종과의 구별 그리고 다양한 유래와 저 아쉬운 교잡성에 이르기까지 필자도 할 말이 많지만 잠시 마음자락을 거두고 조금 색다른 데로 눈을 돌려본다.

민들레는 이래저래 옛 ‘서당’과 관계가 깊다. 훈장의 높임말인 ‘포공’의 이름을 빌려 민들레를 ‘포공영(蒲公英: 약명)’이라 하였으되, 매일 앉아서 글을 읽어야하는 서당을 ‘앉은뱅이집’이라 불렀던 것에선 익살과 해학이 넘쳐난다.

어느 다사로운 날 이 집 마당에 납작하게 자리를 잡은 민들레를 바라보다 그만 ‘앉은뱅이풀!’을 외쳤을 훈장님의 누런 이가 히죽이 떠오른다.

‘포공구덕(蒲公九德)’이라 하여 이 풀의 생태 속에 배인 아홉 가지 생활의 덕목을 찾아 가르치고자 한 것도 그 앉은 툇마루에서 터득한 것이리라.

역시 ‘선생님’이라는 직업의 솜씨는 예나 제나 다를 바 조금도 없다.

‘포공구덕(蒲公九德)’이라 하여 풀의 생태 속에 배인 아홉 가지 생활의 덕목을 가진 민들레
‘첫째, 수레에 짓밟혀도 살아나는 끈질긴 생명력이니 인(忍)의 덕이요, 둘째, 뿌리를 자르거나 캐내어 며칠을 말려도 싹이 돋아나니 강(剛)의 덕이요, 셋째, 돋아난 잎사귀 수만큼 꽃이 차례를 지켜 한 송이 씩 피어나니 예(禮)를 아는 덕이요,

넷째, 사람들에게 여린 잎이나 뿌리를 다 내어주니 그 쓰임새가 용(用)의 덕이요, 다섯째, 꽃에는 꿀이 많아 벌 나비가 모여드니 정(情)의 덕이요, 여섯째, 잎이나 줄기를 자르면 하얀 젖이 나오니 사랑을 베푸는 자(慈)의 덕이요,

일곱째, 약재로서 늙은이의 머리를 검게 하니 효(孝)의 덕이요, 여덟째, 모든 종기에 민들레의 즙이 으뜸이니 인(仁)의 덕이요, 끝으로 씨앗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스스로 번성하니 용(勇)의 덕이라’ 하였다 하는! 참 용한 관찰에 그럴싸한 적용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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