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품을 사 씨앗을 퍼트리는 전략가…제비꽃(紫花地丁)

학명: Viola mandshurica W.Becker
속씨식물, 쌍떡잎식물강, 측막태좌목, 제비꽃과, 제비꽃속의 여러해살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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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가 돌아올 무렵 피는 제비꽃
제비가 돌아올 무렵에 피는『제비꽃』은 팬들이 많아서인지 따라다니는 별명도 많다.

꿀주머니 부분이 오랑캐의 머리채 같다하여 ‘오랑캐꽃’, 반지를 만드는 꽃이라 하여 ‘반지꽃’, 꽃모가지를 걸어 꽃싸움을 하니 ‘장수꽃’ ‘씨름꽃’, 병아리처럼 귀여워 ‘병아리꽃’, 납작하게 땅에 붙어 자라 ‘앉은뱅이꽃’이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여의초(如意草)라 하는데, ‘여의’는 가려운 등을 긁을 때 쓰는 도구로 제비꽃의 꽃줄기가 물음표(?) 모양으로 굽어 있는 데서 유래되었다한다.

또한 꽃의 뒤쪽으로 길게 흘린 거(距: 꿀주머니)가 마치 제비초리를 연상케도 하는바 꿀주머니를 달고 있는 현호색과의 식물들의 속명이 모두 ‘종달새’인 것처럼 이 꽃도 ‘제비’라는 새의 이미지를 끌어들인 것이 재미있다.

세계 온대지방에 약 400종이 분포하고 우리나라에는 콩제비꽃, 낚시제비꽃, 졸방제비꽃 등 60여종이 자생한다.

서양에서는 조금 우스운 이야기도 전한다. 제비꽃은 ‘바이올렛’. 그리스 말로는 ‘이오’이다. 바람둥이 제우스가 아리따운 이오를 사랑하다 아내 헤라에게 발각될 찰나 다급한 나머지 이오를 흰 소로 만들어버렸는데, 억센 잡초만 먹는 이오를 보고 가슴이 아픈 제우스는 몰래 이오에게 먹일 풀을 만들어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제비꽃’이라 한다. 참...

제비꽃의 약명은 자화지정(紫花地丁)이다. 꽃이 자색이고 줄기가 마치 단단한 못과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의보감에서 지정(地丁)은 곧 대계(엉겅퀴)로써, 꽃이 노란 것은 황화지정(민들레), 꽃이 자주색인 것은 자화지정(제비꽃)이라 하여 모두 옹종과 염증을 치료한다고 하였다.

성질이 차고 맛은 쓰고 매우며 심, 간, 비경에 작용하여 열로 인한 일체의 종기, 피부가 헐어 생긴 발진, 급성편도선염, 임파선염, 급성충수염, 전립선염 등에 효과가 있으며 민들레와 함께 달여 마시거나 생즙으로 복용한기도 한다.

씨가 다 익으면 삭과는 새의 발가락처럼 세 갈래로 갈라진다. 그 안의 씨앗은 보통 세 줄로 배열되는데 이를 접사해서 큰 화면으로 보면 ‘계란꾸러미’를 보는 듯하다.

이것을 바람과 햇살에 적당히 말린 다음 꼬투리를 지긋이 기울여 씨알을 굴린다. 예의 이 씨의 꼭지에는 엘라이오솜(Elaiosome)이라는 젤리 타입의 지방산, 단백질, 비타민 덩어리의 방향체가 붙어있어 이것에 이끌린 개미는 정신없이 다가와 제비꽃의 씨앗을 물고 집으로 가져간다.(얼레지나 금낭화, 광대나물, 애기똥풀 등에도 있는 이 같은 식물을 ‘개미살포식물’이라 한다.)

개미라고 제비꽃의 이 간특한 노림수를 어찌 모르겠는가. ‘꽃의 선물’ 이전에 상부상조의 공생으로 천년만년 지구 위를 쌓아갈 착한 인연임을 본능으로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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