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동강 옥정지구 농경지 리모델링사업 농민들 ‘분통’
영산강 준설토 반입 늦어진데다 준공 맞추느라 날림공사

 

 

“보통 한나절이면 끝낼 모내기를 꼬박 1박2일 동안 했습니다.

20년 농사짓다 몸살 나서 누워보기는 처음입니다. 도대체 농사를 지으라는 겁니까, 포기하라는 겁니까?”

한낮의 폭염이 내리쬐는 지난 29일 오후 나주시 동강면 옥정리 농경지 리모델링 현장에서 농민 이동탁 씨는 분이 삭이지 않는 목소리로 거칠게 항의했다.

현장에는 사업 발주처인 한국농어촌공사 나주지사 관계자와 시공사인 기안종합건설 관계자, 그리고 전남도의회 안주용 의원이 자리를 같이했다.

이 씨는 영산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옥정지구 리모델링 사업으로 인해 지난 2년 동안 농사를 짓지 못하다가 올해부터 농사를 짓게 된다는 기대감에 지난 28일 모내기에 나섰다.

하지만 모판을 싣고 논에 들어간 승용이앙기가 수렁논에 빠져 꼼짝을 못하자, 다시 손으로 밀고 모를 심는 보행이앙기를 동원해 모내기에 나섰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앞에서 이 씨가 이앙기를 끌고 뒤에서 이앙기 기사가 밀며 간신히 모내기를 끝냈지만 예년보다 세 갑절이나 시간이 더 들었다.

모내기를 마쳐놓고도 한숨이 터져 나왔다. 수렁논이다 보니 모 자체가 심어지지 않아 물에 잠기거나 아예 둥둥 떠버린 모가 절반 가까이 됐다.

이같은 상황은 이튿날 모내기에 나선 조선녀(여)씨 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전 같으면 승용이앙기로 반나절이면 끝날 2,200평 모내기가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자 발만 동동 구르게 됐다.

이 지역은 정부가 영산강 살리기사업을 하면서 몽탄대교에서 동강대교에 이르는 구간의 준설토를 처리하기 위해 농경기 리모델링 사업지구로 추진됐다.

옥정지구 전체 사업면적은 61.5ha, 해당 농지는 256필지에 경작자는 68명에 이른다.

2010년 6월에 착공해 지난해 12월 준공할 예정이었으나 준설토 반입이 늦어지면서 다시 올해 5월 30일까지 공사기간이 연장됐다. 현재 공정은 98%에 이르고 있지만 곳곳에서 보완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논에 복토한 준설토가 수중준설을 하다 보니 농토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콜로이드성 뻘흙이 반입하게 됐고, 그나마 일부구간은 도로용 준설토가 반입돼 일부 농경지는 바윗덩이를 골라내느라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나주지사 관계자는 “농민들의 불만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며 전라남도와 영산강 1공구 준설공사 시행사인 건설사 등을 상대로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올해 농사를 짓는데 따른 실농보상과 앞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발생하게 될 문제점에 대해 전문기관의 감정을 거쳐 구체적인 대책을 강구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영산강 사업의 일환으로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이 실시되고 있는 지역은 동강 옥정지구를 포함해 금천 고동지구, 관정지구, 이창지구 등 네 곳이며, 다른 지역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해 농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농민들은 이번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으로 농사를 짓지 못한 지난 2년에 대해서는 실농보상금이 지급됐지만 올해는 예산이 없다며 그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는 반응이어서 농사를 지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만 태우고 있다. / 김양순 기자 jntimes@jntimes.kr

영산강 사업으로 추진된 동강 옥정지구 농경지 리모델링사업이 수렁논과 돌덩이흙 복토가 이뤄지면서 농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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