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과 함께 해온 34년 세월 여한 없다”

▲전체 34년의 농협생활과 13년 동안의 조합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인생항로에 나서는 김병원 남평농협 조합장
“조합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게 할까 궁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농업현장에서 뛰다보니 농민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먼저 알게 되고, 남보다 조금 앞선 과감한 투자가 성공으로 이어져 지역경제의 버팀목이 되었다는 것도 큰 보람입니다.”

이달 말로 13년 동안의 조합장 임기를 마치고 평조합원으로 돌아가는 남평농협 김병원(59)조합장의 애환에 찬 회고가 시작됐다.

1978년 농협직원 공채에 합격해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지 9년 만에 시험을 거쳐 상무로 진급하고, 2년여 동안 동강농협에 근무한 것을 제외하면 전체 34년 직장생활 중 32년을 고향인 남평농협에서 보냈다. 이 가운데 13년을 지역경제의 사령탑으로서 남평농협을 이끌어 왔다.

1999년 조합장 취임과 함께 첫삽을 뜬 파머스마켓은 지역경제 뿐만 아니라 도시소비자의 행태까지 뒤바꿔놓은 ‘황금알을 낳는 오리’로 성장했다.
농촌에서 직접 재매한 신선한 농산물을 아침에 수거해 그날 그날 판매한다는 전략으로 도시소비자들을 유인했다.

광주에서 살면서 나주와 영암, 함평 등지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에게 “퇴근길에 장 봐 가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적절하게 맞아 떨어졌다.

연간 200억원 매출에 순이익만도 5억원에 이른다. 하루 매출 5천만원, 이용자가 2천명에 이르는 대도시 대형매장 못지않은 규모로 성장했다.

이용자 현황을 분석해보니 남평 거주자가 40%, 60%는 광주와 나주권 소비자들이라 하니 ‘외화벌이’를 톡톡히 한 셈이라며 싱글벙글이다.

김 조합장은 남평농협이 이룬 가장 획기적인 사업 가운데 하나로 퇴비공장을 손꼽았다.

공장이 들어설 당시 주민들과 한달 여 동안 대치하기도 했지만 농민들에게 절재적으로 도움이 되는 시설이라는 집요한 설득과 주민들의 이해로 건설돼 연간 90만 톤의 퇴비를 생산, 남평을 친환경농업의 메카로 만드는 데 마중물이 됐다.

이는 남평농협이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친환경농업을 대대적으로 도입한 계기가 됐으며, 벼자동화육묘장과 왕겨숯공장도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까지 갖췄으니 농업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두루 갖춘 농협이 되었다.

김 조합장은 사업뿐만 아니라 조합원과 농업인의 복지에도 관심이 남달랐다.

‘9988봉사대’로 널리 알려진 농업인 복지증진사업은 99세까지 88(팔팔)하게 건강을 유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매주 목요일 고령농가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과 목욕봉사, 말벗돼주기 등을 실천했다. 갈수록 고령화 되는 농촌에서 농협이 농업인복지의 첨병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김 조합장이 임기 중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사업 가운데 하나가 농산촌개발사업이다. 지난 2006년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다도농협과 합병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합병자금으로 지원받은 32억원을 고스란히 다도면에 쏟아 부어 합병초기 호당 1,500만원대에 머물렀던 농가소득이 두 배까지 증가해 현재 3,000만원대를 향해 순항 중이다.

이를 계기로 김 조합장은 농협이 신용·경제사업을 잘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김 조합장은 그동안 추진했던 사업들이 큰 허물없이 잘 진행된 데는 자신을 믿고 따라 준 직원들과 아낌없이 성원해준 임원들과 조합원들 덕분이라고 말한다.

조합장 재임 당시 농협중앙회 이사로 활동하며 비록 고배를 마시기는 했지만 두 차례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던 것을 김 조합장에게 시련이자 큰 교훈이기도 했다.

늘 일에 파묻혀 살면서도 전문경영인으로서 자질을 갖추기 위해 전남대에서 농업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던 그는 언제나 도전할 준비가 되어있는 ‘스텐바이 맨’이기도 했다.

오랫동안 구상해왔던 농협 직영 주유소와 농촌지도사업 증가에 따른 지도요원 채용 등의 과제를 후임 조합장에게 넘기고 간다는 김 조합장은 지금까지 자신의 뿌리가 돼 준 남평농협을 떠나 인생 60의 새로운 전환기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짐짓 기대와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김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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