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Hydrangea serrata for. acuminata (Siebold & Zucc.) Wilson&속씨식물 쌍떡잎식물강 장미목 범의귀과의 낙엽작은키나무

 

▲김진수 회장/전남들꽃연구회

필자가 운영하는 인터넷카페에 산수국의 ‘헛꽃’을 묘사한 귀여운 댓글이 올라왔다.

“아니, 꽃들도 삐끼짓을 하나?

이쁜 것들은 여자나 꽃이나 다 잔망스럽고 요망하다는 선입견이 더욱 굳어지는 순간이다.”

『산수국』의 ‘삐끼꽃’은 실은 ‘길라잡이꽃’이다. 환한 미소로 벌나비를 꼬여 일단 가까이 다가오면 “여기요, 지금 제 품에는 그대가 찾고 있는 진짜꽃이 숨어 있거든요...” 속삭여주는 상냥한 ‘도슨트아가씨꽃’이다.
산수국 흰색의 꽃말은 ‘변하기 쉬운 마음’이란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 하더니, 흰색이 차차 서늘한 청색으로 변하면 이때는 ‘냉담’이고, 다시 자색으로 낯빛을 바꾸면 이번엔 ‘소녀의 꿈’이란다.

마치 여자의 화장처럼 변색이 능란한 꽃이다.(대개 토양이 중성이면 흰색, 알칼리성이면 분홍, 산성이면 남색으로 짙어진다 한다.)

 

▲산에서 사는 수국 산수국
제주도에서는 이런 특성 때문에 ‘도채비고장(도깨비꽃)’이라 부른다.
『산수국』은 ‘산에서 자라는 수국(水菊)’이라는 뜻이다.

 

「수국」은 그 이름대로 물을 좋아하며 꽃숭어리가 마치 공(毬)처럼 둥글어 수구화(水毬花)라 하였다가 수국으로 변했다는 설이 있다.

「수국」은 또 부처님의 머리모양 같다하여 ‘불두화(佛頭花)’라 하였는데, 모두 중성화로만 이루어져 향기도 없고 열매도 맺지 못한다.

아무쪼록 세속의 담장보다 수행하는 스님들의 산문(山門)에 더 미쁜 꽃이다.

색즉시공(色卽是空), 눈에 보이는 모든 현상은 인연 따라 생겼다가 흩어지는 것일 뿐 실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염불’이거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로 시작하는 성경 전도서 1장의 여러 소절들은 수국의 헛꽃 앞에서 한번쯤 읊어볼만한 ‘주기도문’이다.

산수국도 수국이라서 한여름 중부 이남의 산골짜기, 습기가 많은 곡간에서 자주 만난다.

▲수국은 그 이름대로 물을 좋아하며 꽃숭어리가 마치 공(毬)처럼 둥글어 수구화(水毬花), 또 부처님의 머리모양 같다하여 ‘불두화(佛頭花)’라고 불리기도 한다.

백당나무나 분단나무와 마찬가지로 가장자리에 무성화(꽃술이 없고 꽃잎만 있는 가짜꽃으로 중성화, 헛꽃, 꾸밈꽃, 장식꽃이라고도 부른다.)를 피우고, 가운데는 유성화(반대로 꽃잎이 퇴화한 자잘한 꽃)가 피어 독특한 꽃모양을 갖추었다.

도톰한 잎은 차로 즐기기 좋아 감로차 또는 이슬차라고 부른다. 안덕균의 <한국본초도감>에서는 토상산(土常山)이라 하여 “맛은 맵고 시며, 성질은 서늘하다. 산결해독(散結解毒: 뭉친 것을 풀고 해독한다.), 소적제창(消積除脹: 소화를 돕고 헌 데를 낫게 한다.), 살충(殺蟲)의 효능이 있다. 종기에 내복하고, 흉복부가 팽만한 증상을 제거하며, 옴이나 버짐에 쓴다.”고 적고 있다.

우선 감로차(甘露茶)는 카페인이 없고 천연의 감미(甘味)가 깊어 간과 심장의 울기를 풀어주는바 우울증이나 화병(火病)에 상용할만하다.

세속의 수줍은 화장과 달키한 향은 역시 산수국만이 지닌 특별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연분홍과 남보랏빛 눈을 흘기는 저 ‘이쁜 것들’의 꿈은 파파할머니라 하여 포기할 수 없는 여자들의 본능이다.

그러매 산수국은 아가씨보다는 중년 여인의 미감에 가깝다.

사춘기 소녀들이 얼굴에 떡을 칠하면 도무지 곱지 않는 것과 대조되는 아름다움이 중년의 화장에는 있다. 산수국차를 들고 창밖을 바라보면 ‘요망스럽게도’ 지나는 여인마다 나는 다 예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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